[OSEN=김보라 기자] 조하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을 거머쥔 잘 나가는 복서였지만 이제는 갈 곳 없는, 별 볼 일 없는 남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17년간 떨어져 살았던 엄마(윤여정 분)와 재회하고, 평생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 진태(박정민 분)와 한집에 살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형제의 좌충우돌 케미스트리로 유쾌한 웃음과 감동의 눈물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을 열어가며 진짜 형제가 돼가는 조하와 진태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하는 무뚝뚝하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인물로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보이는 배우 이병헌도, 알고 보면 유머러스하고 허당기를 지닌 남자다. ‘그것만이 내 세상’ 조하 역할에 이병헌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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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이어 “영화를 좋게 보셨다면 그게 저를 움직인 힘이 아닐까 싶다. 보시면서 감동받고 웃으셨다면, 저 역시 시나리오를 키득거리며 봤다(웃음). 무엇보다 조하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정서가 좋았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덧붙였다.
이병헌은 조하와 자신의 성격을 비교하며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지만 약간 허당기 있는 느낌이 비슷하다. 예를 들면 조하가 조이스틱 게임을 하면서 (진태를)이기고 싶어 혼자 열 받는 모습들이 그렇다. 평소에 게임을 많이 하진 않지만 집는 순간 갑자기 달라지는 면이 있긴 하다(웃음)”고 전했다.
“영화에 담겨 있는 (조하의)이야기가 제가 주변에서 간접경험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상상에 맡기지 않았고 내가 느껴봤던 경험을 토대로 편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재미있어 한다.”
지난해 추석연휴 개봉한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병헌은 이달 17일 개봉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옆집 아저씨 조하로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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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에 치를 떠는 정치깡패부터 놀기 좋아하는 한량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드는 이병헌의 탁월한 연기가 볼수록 매력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천하의 이병헌도 매 작품의 첫 촬영 전에는 긴장을 한다고 털어놨다.
“선배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나. 저 역시 정말 공감이 된다. 형식적인 답변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매번 할 때마다 긴장과 고민의 형태가 다를 뿐 대부분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병헌은 그러면서 “한국에는 연기를 잘하는 좋은 배우들이 유독 많은 거 같다”며 “솔직히 말자면 (배우의)노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진 재능이 타고나야 하는 거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