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의 그늘’ SK 타선, 힐만 개혁 완성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1.10 13: 01

SK는 2017년 무려 234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리그 1위를 넘는, 역대 KBO 리그 한 시즌 팀 홈런 신기록이었다. KBO 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홈런의 그늘도 있었다. SK는 2017년 팀 타율이 2할7푼1리에 머물렀다. 선두 KIA(.302)와는 3푼 이상이 차이가 났고, 바로 앞 순위인 9위 kt(.275)와도 격차가 적지 않았다. 이는 SK를 꾸준히 괴롭히는 문제다. 타율과 출루율이 떨어지다 보니 득점 루트가 홈런에 의존하는 부분이 컸다. 분명 홈런은 가장 효율적이자 파괴적인 득점 공식이다. 하지만 한 경기에 하나도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도 SK는 타격 정확성에 중점을 둔 훈련을 했다. 기본적인 상황 파악 훈련부터 다시 했다. 상황에 따라 생각을 해야 그에 맞는 정확성 있는 타격이 나온다는 논리였다. 이는 트레이 힐만 감독의 생각과도 부합한다. 힐만 감독은 2017년 홈런의 성과를 높게 사면서도, 좀 더 정확성을 높이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SK에 오기 전 휴스턴의 벤치 코치로 재직했다. 현 A.J 힌치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휴스턴의 리빌딩을 완성시킨 주인공 중 하나다. 보통 홈런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삼진이다. 하지만 휴스턴은 올해 팀 홈런이 늘어나면서도, 팀 삼진 개수는 비율만큼 정비례하지 않았다. 힐만 감독은 그 원동력을 선수들의 생각 변화에서 찾는다.
힐만 감독은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율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중시하는 것은 OPS(출루율+장타율)”이라면서도 “좀 더 공을 많이 지켜보며 출루율을 높일 필요는 있다. 공을 잘 고르다보면 타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휴스턴의 예를 든다. 지금 현재 휴스턴의 주축을 이루는 타자들도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게 힐만 감독의 회상이다.
힐만 감독은 “휴스턴 선수들도 OPS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조지 스프링어와 마윈 곤살레스와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선수들도 그 전에는 OPS 지표를 실감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MLB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지표로 각광받고 있는 OPS지만, 실제 선수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개념은 여전히 타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3년의 시간 동안 구단이 꾸준히 이 중요성을 주입시키면서 선수들이 출루율에 대한 개념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꼭 쳐서 나가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서는 공을 골라서 나갈 수 있는 인내를 터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구안은 자연히 팀 타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힐만 감독은 홈런만큼이나 삼진이 증가하지 않은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다.
SK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 힐만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선수들의 목표는 대개 타율, 홈런, 타점과 같은 전통적 지표에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힐만 감독이 부임한 이래 출루율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선수들도 자연히 OPS 개념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감독이 OPS를 중요시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이 지표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점은 대다수의 선수들이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물론 정경배 타격코치 또한 타격 정확도와 출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 팀 장타력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만큼 미완인 부분을 채워나간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는 2018년 1년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반드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SK의 장타력 증강도 3년 프로젝트의 결실이었다. 힐만 감독의 개혁이 어느 정도 퍼즐을 맞춰갈지도 2018년의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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