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kt 정현이 10년간 적은 야구일기…2018년 페이지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1.07 07: 16

지난해 kt 최대 발견은 단연 정현(24)이었다. 상무 전역 후 kt에서 맞는 첫 시즌. 정현은 124경기 출장해 타율 3할, OPS(출루율+장타율) 0.795, 6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우울한 소식 가득했던 kt였지만 정현만큼은 달랐다.
정현은 대천중학교 3학년 때부터 10년째 야구일기를 적고 있다. 잘한 날이든 못한 날이든, 심지어 경기에 나서지 않는 날이든 느낀 점들을 적어간 노트다. 정현과 1대1 구술을 바탕으로 가상의 야구일기를 적어봤다.
# 2014년 11월 28일,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행

"자고 일어나니 핸드폰이 먹통이었다. 너무 많은 연락이 쏟아졌다. 정신을 차리고 내용을 읽어보니, 내가 kt로 이적하게 됐다는 얘기가 가득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kt가 나를 뽑은 건 기대하는 부분이 잇기 때문이다. 삼성에 입단했을 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회를 준다면 보여주고 싶다."
정현은 삼성 시절이던 2014시즌 종료 후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kt는 20인 외 특별지명에서 정현을 과감히 지명했다. 당장의 2년보다 그 뒤를 본 것이다.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2013년 삼성 1라운더 정현은 1군 통산 1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잠재력만큼은 확실했다. kt는 바로 이 부분에 기대를 걸었던 셈이다.
정현은 "상무 입대 당시는 물론 1년차 때까지만 해도 kt행이 실감나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생각에 들떴다. 그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잘할 자신도 있었다"라고 당시를 추억했다. 그리고 정현은 실제로 그 자신감을 현실로 만들었다.
# 2017년 7월 13일, 데뷔 첫 끝내기 안타
"전반기 최종전. 선발에서 제외됐지만 대타로 기회가 주어졌다. 내가 성장했다는 걸 삼성에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 쳐보고 싶었던 끝내기 찬스가 왔고, 해냈다. 매 순간 '끝내기를 친다면 이런 세리머니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유가 너무 없었다. 이런 감정은 정말 처음이다. 데뷔 첫 홈런 때보다 좋았다. 다음에 끝내기를 친다면, 그때는 꼭 멋있게 세리머니 하고 싶다."
백업으로 지난 시즌을 시작했지만 갈수록 기회가 늘었다. 정현은 5월 즈음부터 조금씩 주전으로 나오는 빈도를 늘려갔다. 방점은 전반기 막판이었다. 정현은 7월 13일 수원 삼성전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9회 2사 1·2루 남태혁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섰고, 장필준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다.
정현은 끝내기 안타를 친 이후 확실한 타격존을 정립했다. '야구 예쁘게 한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구단에서도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을 선사할 만큼 기대를 안겨줬다.
# 2017년 11월 19일, APBC 준우승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되는 한일전을 두 번이나 졌다. 확실히 국가대항전은 소속팀 경기와 다른 것 같다. 뛰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수싸움이나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작은 것 하나도 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분위기 싸움이다. 주루 빼면 다 자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될 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올해는 보완할 점이 분명하다. 2018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정현은 시즌 종료 후 얼마 쉬지도 못한 채,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발탁됐다. 비록 연령 제한이 있었지만 첫 성인 대표팀이었다. 정현은 주전 3루수로 경기에 나섰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고, 한국도 일본에 밀려 준우승했다.
하지만 정현의 대표팀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당장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줄줄이 국가 대항전이 있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 가능한 정현은 대표팀에게 매력적인 카드다. 정현이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게 관건일 전망이다.
# 2018년 11월, 정현의 일기장은?
정현은 2018년에도 변함 없이 일기장을 적을 것이다. 과연 무슨 내용으로 채워질까. 정현은 2017년 활약을 두고 "기대치가 100이었다면, 140을 해낸 시즌이었다"라고 자평했다. 안타 치기, 공 잡아서 아웃 잡기에 급급했던 풋내기 내야수가 조금씩 여유를 찾았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스스로 매긴 것.
올해는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각오다. 정현은 "은퇴할 때까지 자리잡았다는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일기장에도 써놨다. 경쟁은 당연하고, 거기서 이기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kt 팬들은 정현을 두고 '킹현', '갓현', '노안' 등의 별명을 안겨줬다. 거기에 구단이 선사한 아이언맨까지. 어느덧 '별명 부자'가 된 그다. 정현은 "단 한 명도 내 나이로 보는 사람이 없지만, 이런 얼굴이 나이 먹으면 동안 소리 듣는다"라며 "팬들의 애칭은 뭐든 감사하다. 지난해보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다. 팬들의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kt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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