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⑤] 다시 뛰는 서진용, “이제는 내 공을 던지겠다”

[신년인터뷰⑤] 다시 뛰는 서진용, “이제는 내...
[OSEN=김태우 기자] “아직은 제 팔이 아닌 것 같아요. 완벽히 감각을 찾는 데 2년 정도가 걸린다고...


[OSEN=김태우 기자] “아직은 제 팔이 아닌 것 같아요. 완벽히 감각을 찾는 데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마무리 보직은 불펜의 꽃이다. 화려하고, 또 짜릿하다. 그러나 그 이면의 고민은 깊다. 앞서 나서는 불펜투수들은 실패가 꼭 패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무리투수는 그대로 경기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동료들의 기대를 짊어진 어깨는 무겁기 마련이다. 기량은 물론 심장까지 두루 갖춰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서진용(26·SK)의 2017년은 어깨도 무거웠고, 심장도 준비되지 못했다.

SK의 2017년은 긴박하게 출발했다. 불펜이 문제라는 것은 전지훈련부터 모든 관계자들이 직감하고 있었다. 마무리로 1년을 시작할 것으로 보였던 박희수의 구위가 이상하게 저조했다. 결국 SK는 새 클로저를 임명하는 모험에 나섰다. 서진용이 낙점을 받았다. 언젠가는 이뤄질 일이, 좀 더 빨리 현실로 다가왔다.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진용은 뭔가가 불안했다.

서진용은 2015년 6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재활은 빨랐다.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한 끝에 2016년 여름 복귀해 예열을 했다. 그리고 2017년 마무리로 승격했다. 하지만 서진용은 지난 3월 “내 팔이 아닌 것 같다. 아직 감각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웠다. 분명 겉에서 볼 때는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정작 선수가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었다.

이는 2017년의 패착으로 이어졌다. 가뜩이나 자신의 공을 믿지 못했던 서진용은, 몇 차례의 블론세이브에 심리적인 충격까지 받으며 와르륵 무너졌다. 모든 이들이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내상은 컸다. 결국 서진용은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고 2군에 내려갔다.

실패한 시즌이었다. 서진용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못했다”고 말한다. 변명도 없다. 그러나 1~2년 야구를 할 선수는 아니다. 2017년의 실패에서 뭔가를 얻어야 한다. 아직 20대 중반의 창창한 나이다. 그리고 SK는 서진용이 여전히 팀의 차기 마무리로 성장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트레이 힐만 감독, 염경엽 단장, 심지어 모든 불펜투수들이 “결국 진용이가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최악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전반기 3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던 서진용은, 후반기 12경기에서는 이 수치를 1.88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피안타율은 2할2푼4리였다. 여전히 공이 한가운데 몰려 장타를 맞는 경우는 있었지만, 14⅓이닝 동안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구위를 증명했다. 처음에는 5점차에서, 그 다음에는 4점차에서, 그 다음은 긴박한 상황에서 임무를 마무리하는 등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진용은 2018년을 앞두고 한 가지 다짐을 밝혔다. 서진용은 2017년의 실패 요인을 담담히 살피면서 “내가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2018년은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더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실패를 두려워한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기로 했다. 서진용은 “올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내년에는 내 공을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때로는 도망치고 싶었던 2017년 3월과는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서진용은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진다. 익스텐션이 리그 최정상급이라 체감 속도는 더 빠르다. 공이 좋을 때는 한가운데 밀어 넣어도 파울이 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섞는다. 또한 슬라이더가 살아난 것도 수확이다. 서진용은 “계속해서 시도한 슬라이더가 후반기에는 커터처럼 들어갔다. 감이 잡히면서 직구와 포크볼의 위력이 좀 더 나아진 것 같다”고 이번 겨울의 주안점을 짚었다. 더 이상 앞뒤를 생각하며 도망가지 않겠다는 각오다. 어쩌면, SK가 원하는 강한 파이어볼러 마무리는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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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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