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자?' 김현수, ML 2년이 가져다준 성장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1.06 06: 51

"질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년 전이었던 지난 2015년. 김현수(30·LG)는 메이저리그 도전 선언을 했다. 그동안 김현수의 프로생활은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지난 2006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타고난 타격 재능으로 주전 한 자리를 잡았고, 2015년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현수는 미국 무대 도전 욕심을 내비쳤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인터뷰를 한 김현수는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빅리그 첫 해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에 머무르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너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을 이겨내고 95경기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으로 미국에서의 첫 해를 보냈다.
그러나 2년 차는 더욱 가혹했다. 계속된 플래툰 시스템에 타격감을 끌어 올리지 못했고, 결국 시즌 중반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 됐다. 팀 성적은 좋지 않지만, 외야진 만큼은 탄탄했던 필라델피아에서 김현수가 기회를 잡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결국 올 시즌 96경기 타율 2할3푼1리 1홈런 14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계약이 만료된 가운데,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재진입과 국내 복귀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활약이 적었던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는 김현수를 향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구단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만큼, 김현수도 벤치를 지키기 보다는 자신의 야구를 펼치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결국 김현수는 자신이 말한 '실패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친정팀 두산이 아닌 '옆집' LG와 계약을 맺은 김현수는 5일 시무식에 참가해 LG 선수단 전원과 인사를 나눴다. 사실상 LG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공식행사다.
이날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 회견을 한 김현수에게 '실패자'에 대한 이야기 나왔다. 본인이 내뱉였지만,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이야기. 그러나 김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해줘서 감사하다. 언제 이 질문이 나올 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답했다.
김현수는 당시에 대해 "그 때는 너무 겁이 없었다. 어리지는 않았지만, 너무 잘 풀리니 생각없이 떠든 것 같았다"고 되돌아봤다. 이어서 그는 "말이 앞서면 안된다는 것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생각 뿐 아니라 선수로서도 한 단계 발전했다. 최근 훈련에 대해 묻자 김현수는 "예전에는 체력, 힘 위주로만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체력은 운동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몸을 수월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을 알게 됐다"고 선수로서도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꿈꿨던 빅리그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또한 스스로 이야기한 '실패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단계 성숙하면서 김현수에게 2년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을 남게 됐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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