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20년사] ③ 10개팀 역대 최고-최악의 외인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2.25 06: 12

346명. 20년 동안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선수 숫자다.
지난 1998년 첫 도입된 외국인선수 제도는 올해로 20년째 시즌을 치렀다. 이제 KBO리그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원이자 흥행 요소로 자리 잡았다. 첫 2년 동안 트라이아웃 제도가 시행됐지만, 3년째였던 2000년부터 구단별 자유계약으로 바뀌었다. 한국야구의 위상이 올라갈수록 메이저리그 출신 특급 선수들도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반대로 한국에 올 때는 주목받지 않은 선수들이 성장해서 일본과 미국으로 역수출한 케이스도 많았다. 
10개 구단별로 역대 최고, 최악의 외국인선수를 꼽아봤다. 

▲ 삼성, 나바로-카리대
역대 가장 많은 54명의 외인들이 거쳐간 삼성. 8명의 선수만이 재계약으로 2년 연속 뛰었다. 그 중 최고가 내야수 야마이코 나바로. 큰 기대 없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대박이었다. 2년간 265경기 타율 2할9푼7리 307안타 79홈런 235타점 47도루 OPS .979. 2014년 한국시리즈 MVP, 2015년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성실성 문제와 별개로 실력은 최고였다. 
그러나 한 해 앞서 삼성은 최악의 외인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7월말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투수 에스마일린 카리대가 그 주인공.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27.00이란 최악의 성적을 찍었다. 팔꿈치 통증까지 겹치며 개점 휴업.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탈락했고, 시즌 후 아시아시리즈 불참 의사를 전하며 류중일 감독을 격노하게 만들었다. 
▲ KIA, 헥터-스캇
52명의 외국인선수들이 뛴 KIA는 전통적으로 마크 키퍼, 다니엘 리오스, 세스 그레이싱어, 아퀼리노 로페즈 등 투수들을 잘 뽑았다. 최고 성공작은 2016~2017년 헥터 노에시. 2년간 61경기에서 35승10패 평균자책점 3.44. 2년 연속 200이닝 이상 던지며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했다. 올해 20승과 함께 KIA 통합우승 주역이 됐다. 내년에도 KIA에서 뛴다. 
반면 외인 타자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2006년에는 외인 타자들의 연이은 실패로 고생했다. 그해 7월 마이크 서브넥의 대체 선수로 KIA에 합류한 내야수 스캇 시볼이 대표적이다. 48경기에서 타율 1할6푼3리 25안타 6홈런 14타점 OPS .537에 그쳤다. 역대 100타석 넘게 들어선 외인 타자 중 최저 타율 기록이다. 
▲ 한화, 데이비스-배스
한화의 외인 타자는 믿고 본다. 그 시작이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 1999년 트라이아웃 2라운드에서 뽑혔지만 2003년을 제외하고 2006년까지 7시즌을 롱런했다. 통산 836경기 타율 3할1푼3리 979안타 167홈런 591타점 108도루 OPS .915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였다. 외인 최다 경기, 안타, 타점, 도루 기록을 보유 중이다. 1999년 외인 최초 30-30 클럽에 가입하며 한화의 첫 우승을 이끌었고, 2005년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그러나 외인 투수는 잔혹사로 불릴 만큼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가장 뼈아픈 실패는 2012년 브라이언 배스였다. 박찬호와 김태균의 복귀로 큰 기대를 모은 2012년이었지만, 배스 부진으로 모든 게 꼬였다. 캠프 때부터 구위를 끌어올리지 못해 애간장을 태웠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8.60. 역대 외인 투수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남기고 떠났다. 
▲ LG, 소사-아이바
LG도 역대 48명의 선수들이 거쳐갔지만 장수 외인이 많지 않았다. 2011~2013년 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가 3년 연속 몸담았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년 LG 외인 최초로 4년째 활약할 투수 헨리 소사의 꾸준함이 돋보인다. LG에서 3년간 95경기 31승3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37.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185이닝 이상 소화했다. LG 통산 31승, 578⅔이닝은 팀 외인 최다 기록. 
태업과 항명으로 속썩인 외인들이 더 많았다. 올해 코칭스태프의 2군행을 거부하며 돌연 미국으로 돌아간 제임스 로니 사태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한 선수가 투수 매니 아이바다. 지난 2006년 LG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캠프를 다녀온 뒤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사라졌다. 시범경기부터 자취를 감췄고, 5월 중순 퇴출됐다. 그해 LG는 창단 첫 꼴찌 추락 시련을 겪었다. 
▲ SK, 켈리-스캇
SK에서 가장 성공한 외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년에도 SK에서 활약할 에이스 투수 메릴 켈리가 그 주인공. 2015년 첫 모습을 드러낼 당시만 해도 만 27세 젊은 나이 외에는 돋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메이저리그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91경기 36승25패 평균자책점 3.80 탈삼진 480개로 활약했다. 몸값도 첫 해 35만 달러에서 내년 175만 달러로 뛰었다. 
켈리처럼 경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좋은 예를 SK가 보여줬지만 반대 사례도 있다. 2014년 외야수 루크 스캇이 그렇다. 메이저리그 통산 108홈런의 경력자로 화제를 모았으나 SK에선 33경기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에 그치며 기대를 밑돌았다. 특히 이만수 당시 감독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항명하는 파문을 일으켰고, 이튿날 곧장 퇴출과 함께 짐을 싸야 했다. 
▲ 롯데, 호세-존갈
KBO리그 역사상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외인 중 하나가 롯데 펠릭스 호세다. 4시즌 통산 394경기 타율 3할9리 411안타 95홈런 314타점 OPS 1.023. 에릭 테임즈(1.172) 다음으로 역대 외인 타자 OPS 2위에서 나타나듯 존재감이 대단했다. 2001년 볼넷 127개와 출루율 5할3리는 리그 역대 기록으로 남았다. 상대 투수들에 주는 위압감은 최고 수준이었다. 
호세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의 타자도 있었지만 전혀 공포를 주지 못한 타자도 있었다. 2006년 존갈이 그렇다. 그해 7월 대체 선수로 롯데에 합류한 존갈은 43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 무홈런 10타점 OPS .632에 그쳤다. 안타 26개 중 장타는 2루타 6개가 전부.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100타석 이상 들어선 외인 타자 중 유일하게 홈런을 치지 못한 선수가 존갈이었다. 
▲ 두산, 니퍼트-라미레즈
두산은 3년 이상 활약한 장수 외인이 5명이나 된다. '흑곰' 타이론 우즈가 타자 쪽에서 최고 활약을 했다면 투수 쪽에선 더스틴 니퍼트가 있다. 우즈도 5년을 뛰었지만 니퍼트는 무려 7년을 장수했다. 185경기에서 1115⅔이닝을 던지며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 탈삼진 917개. 역대 외인 다승, 탈삼진 1위에 빛난다.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 34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큰 경기에도 강했다. 2016년에는 시즌 MVP에도 올랐다. 
그러나 2011년 니퍼트와 함께 같은 시기 두산 유니폼을 입은 투수 라몬 라미레즈는 한 경기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조기 퇴출됐다. 그해 시범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23.63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시즌이 개막도 하기 전에 퇴출 통보를 받았다. 그해 두산은 니퍼트의 분전에도 시즌 중 김경문 감독이 자진 사퇴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 넥센, 밴헤켄-오설리반
2008년 창단한 넥센은 10시즌 동안 외인 선수가 19명밖에 되지 않는다. 6년을 뛴 앤디 밴헤켄이 있어 외인 영입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2012년 처음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밴헤켄은 올해까시 6년간 통산 156경기 925⅔이닝을 던졌다. 73승42패 평균자책점 3.56 탈삼진 860개. 넥센 구단 최다승 기록이다. 지난 2014년 최다 22승을 따내며 넥센을 한국시리즈에 올렸다. 
최악의 선수는 큰 고민 없이 고를 수 있다. 올 시즌 2경기 만에 퇴출된 투수 션 오설리반이다. 고작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5.75를 기록한 채 조기 퇴출됐다. 시범경기에선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0.69로 적응 가능성을 보였지만 시즌 개막 후에는 통하지 않았다. 넥센 외인 최고액 110만 달러를 받고 입단했기에 실망이 두 배로 컸다. 
▲ NC, 테임즈-아담
NC는 KBO리그에서 가장 외인을 잘 뽑는 팀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1군 진입 후 5년간 외인이 8명밖에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 중에서 최고는 두 말할 것 없이 에릭 테임즈. 역대 최고 외인이다. 3년간 390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472안타 124홈런 382타점 64도루 OPS 1.172. 2015년 리그 최초 40-40 클럽 가입과 함께 MVP에 올랐고, 2016년은 홈런왕을 차지했다. NC에서 성공을 발판삼아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NC라고 해서 무조건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1군 첫 해 투수 아담 윌크가 NC의 몇 안 되는 실패작으로 남아있다. NC의 1군 데뷔전 선발투수를 맡을 만큼 기대를 모았으나 17경기에서 4승8패 평균자책점 4.12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1군에서 제외된 후 SNS로 코칭스태프를 비판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8월말 한국을 떠난 뒤에도 독설을 퍼부으며 뒤끝을 보이기도 했다. 
▲ kt, 마르테-시스코
1군에서 3시즌밖에 보내지 않은 kt이지만, 그 사이 15명의 외인들이 거쳐갔다. 외인 영입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와중에 2015~2016년 2년간 활약한 내야수 앤디 마르테는 위안거리였다. 2년간 206경기 타율 3할1푼2리 234안타 42홈런 163타점 OPS .937로 활약했다. 창단 초 힘겨웠던 kt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지난겨울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kt 외인 실패는 대부분 투수였다. 그 중에서 2015년 첫 해 함께한 좌완 앤디 시스코가 가장 좋지 않았다. 17경기에서 승리 없이 6패 평균자책점 6.23에 그쳤다. 홀드 2개를 올리는데 만족했다. 리그 역대 최장신(208cm) 투수로 관심을 모았으나 개막 두 달도 되지 않아 중도 퇴출되며 키 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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