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형과의 동반캠프’ 최항의 성장을 상징하다

[김태우의 SK랩북] ‘형과의 동반캠프’ 최항의...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형이랑 같이 해외에 나갈래?”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형이랑 같이 해외에 나갈래?”

2016년 11월. 최정(30·SK)은 막내 동생인 최항(23·SK)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최항은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이제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팀의 유니폼을 입어야 했는데, 2군 선수들이 늘 그렇듯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당장 겨울에 어떻게 훈련을 할지조차도 막막했다. 비활동기간 준수의 결의 속에 경기장은 잠겼다.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할 판이었다.

이미 리그에 큰 족적을 남겼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형이었다. 자연히 동생의 이런 사정을 걱정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묵묵하게 뒤에서 지원을 해주려고 했다. 사실 금전적인 부분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형의 조심스러운 권유처럼, 동생도 이 권유를 받아들이기가 조심스러웠다. 최항은 “챙겨주려는 형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뭔가가 불편했다”고 떠올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항은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형과 같이 해외 개인캠프를 차릴 이들은 모두 팀의 1군 주축 선수였다. 그 선수들도 최항을 아끼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최항은 미묘한 자격지심이 있었다. 혼자 2군 선수였다. 당당히 동료로 개인캠프에 가는 것이 아닌, ‘최정의 동생’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 같이 가는 선배들은 물론, 결정적으로 형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최항은 한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속 깊은 동생의 고민을 읽은 형도 더 이상 권유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국내에 남아 방망이를 고쳐 잡은 최항은 2017년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확실히 알렸다. 2월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군 간판타자를 거쳐 1군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비록 스스로도 “사인을 보고도 왜 멈추지 못했는지 스스로 자책했을 정도”라고 말한 불의의 부상 때문에 37경기 출전에 머물렀지만, 타율 3할2푼1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제 SK의 뎁스차트에서 최항은 더 이상 최정의 동생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주전 2루수를 놓고 경쟁하는 선수이자, 3루 백업의 1순위를 다투는 선수로 성장했다. 최항도 부상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성과였다. 개인적으로 뿌듯한 감은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제 발판을 마련했으니 본격적으로 앞을 보고 달린다는 생각이다.

어깨 부상은 다 나았다. 코칭스태프도 놀랄 정도의 회복세였다. 최항은 “생각보다 빨리 좋아졌다. 수술을 안 하고 재활로 이겨보려고 했는데 빨리 회복된 것 같다. 11월부터 수비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11월 말에는 타격훈련도 100%로 소화했다. 하고 싶은 연습은 다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너무 의욕적으로 하려다 보면 2차 부상이 올 수도 있다. 확실하게 만들고 넘어가고자 한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재활에 매진하던 최항은 지난해와 비슷한 시점, 같은 제안을 받았다. 최정은 다시 “해외에 나가서 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1군에 데뷔해 괜찮은 성과를 낸 동생에 고무됐을까. 형의 제안은 1년 전보다 한결 가벼웠다. 동생도 1년 전과는 달리 형의 손을 붙잡았다. 최항은 “뭔가 형에게 조금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해맑게 웃었다. 우상이자, 멘토였던 형의 뒤를 이제야 조금씩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없던 힘도 샘솟는다.

형에게 항상 고마워하는 최항이다. 형 자랑은 물론 “반찬도 항상 챙겨주시고, 필요한 영양제도 꼬박꼬박 사다주신다.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항상 물어보실 정도다. 도움을 많이 주신다”는 형수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의욕적으로 움직인다. 최항은 “백투백 홈런도 쳐보고 싶고, 5-4-3 병살도 많이 해보고 싶고… 아직 형과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도 확고부동한 1군 선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처럼 최항에게는 남다른 확실한 목표가 있다. 이는 지금껏 최항을 인도한 원동력이었을지 모른다. 그 힘은 전혀 식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차다. 최항은 “내년 목표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항상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습관처럼 매년 아픈 곳이 나온다.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면서 형과의 동반캠프 목표를 ‘몸 관리’로 잡았다. 공교롭게도 동생을 향한 최정의 유일한 소망은 입버릇처럼 “안 아팠으면 좋겠다”다. “형제답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캠프에 따라갈 수 있도록 자신을 배려해준 형이다. 보답하는 길은 자신의 성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항은 “12월에는 몸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드는 훈련에 매진할 생각이다. 1월에는 형과 괌으로 같이 나간다. 형은 올해 가서 훈련을 한 결과 체력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많이 봤다고 하더라. 형이 추천을 해줬다”고 의욕을 다잡는다.

형제의 동반캠프를 손꼽아 기다리는 최항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날을 꿈꿀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스타로 성장해 당당하게 형에게 “해외로 같이 가 몸을 만들자”라고 제안할 날을. 그날이 빨리 찾아오면 올수록 SK의 체질도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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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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