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벽’ 현대건설, 역대급 블로킹 군단 예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10 07: 22

현대건설은 높이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리그 최고의 센터로 자리한 양효진이 입단한 이후로 차곡차곡 쌓은 성과다. 실제 현대건설은 2013-2014시즌 이후 매 시즌 여자부 팀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은 그 위력이 더 막강해졌다. 현대건설은 시즌 12경기를 치른 9일 현재 세트당 3.391개의 블로킹을 잡아내 올 시즌도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한국도로공사(세트당 2.681개)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5위 GS칼텍스(세트당 1.761개)의 거의 2배고, 최하위 흥국생명(세트당 1.537개)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압도적인 위용이다.
현대건설은 날개 공격수들인 엘리자베스와 황연주의 공격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 있다. 이도희 감독도 “시즌 초반의 공격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주포들의 부진에도 그럭저럭 버티며 리그 2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중앙의 높이 덕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블로킹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기를 확 죽이는 데 이만한 약은 없다.

이도희 감독도 팀의 블로킹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흐뭇함이다. 이 감독은 9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팀 블로킹 16-3의 완승을 거둔 후 “블로킹은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이 전체적으로 다 좋다. 수치상으로도 그렇고, 결정적인 순간에 블로킹이 나온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세트당 2.769개의 블로킹을 잡아내 이 부문 리그 역대 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이었던 2009-2010 시즌 자신들이 기록한 세트당 2.709개를 근소하게 넘어섰다. 그런데 올해는 역대 기록을 한껏 끌어올릴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여자부 팀으로서는 역대 처음으로 ‘세트당 블로킹 3개’ 고지를 훌쩍 넘어설 가능성은 꽤 높아졌다.
‘블로킹 여제’인 양효진이 중심에 있다. 양효진은 9일 현재 정확히 세트당 1개의 블로킹을 기록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배유나(도로공사·0.872개)에 앞선다. 베테랑 김세영도 노련한 손끝을 과시한다. 김세영은 세트당 0.826개의 블로킹을 기록해 이 부문 리그 3위다. 수원산 ‘트윈타워’의 높이는 상대팀으로서는 공포다. 물리적인 높이가 높고, 길목을 차단하는 능력도 좋다. 손쉬운 블로킹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장신세터 이다영이 가세하며 현대건설의 높이가 완성됐다. 시즌 전 기대했던 것 그대로다. 이다영은 세트당 0.67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 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들을 제치고 전체 6위에 올라있다. 이다영 또한 높이가 높고, 블로킹을 잡아내는 센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인 높이가 있는 엘리자베스와 황연주도 상대로서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벽들이다.
선수들 간의 블로킹 신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들 블로킹 능력이 좋으니 자기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에 힘이 절로 난다. 팀 블로커들에 대해 “너무 좋다”고 활짝 웃어 보인 양효진은 “(김)세영 언니가 팀에 왔을 때 너무 좋았다. 우리끼리는 평생 같은 팀에서 같이 하자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이다영 선수가 들어왔다. 득점을 5점씩 할 때도 많다.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블로킹을 뜰 때도 사이드 끝은 거의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다. 가운데서 잡는 것만 신경을 쓴다. 믿게 되다보니 더 편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격 성공률은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리시브도 상대 서브에 따라 성공률이 다소 요동치는 부분이다. 그러나 블로킹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수치를 끌고 갈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수치가 단번에 추락하는 부문은 아니다. 게다가 현대건설 블로커들의 손 감각은 지금 최고조에 올라있다. 역대급 장벽 탄생의 예고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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