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이상 존재감’ 양효진, 흔들림 없는 현대 기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09 17: 29

현대건설은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졌다. 2위 수성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주장 양효진(28)은 변함없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든든한 기둥의 무게감 속에 현대건설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양효진은 지난 11월 26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21득점, 그리고 5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도 20점을 올렸다. 중앙 공격수임을 고려하면 득점은 사실상 최대치를 뽑아낸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최근 살아나는 컨디션에도 마음껏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9일은 달랐다. 이번에는 외국인 선수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며 팀의 해결사 몫까지 톡톡히 했다. 그리고 지난 2경기에서 없었던 '승리'를 따냈다. 현대건설도 양효진의 활약에 힘입어 GS칼텍스를 완파하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양효진은 9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블로킹 6개를 포함, 총 19점을 올리며 팀의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주포인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는 13점(성공률 26.08%), 라이트 공격수인 황연주는 6점(성공률 30.76%)에 그쳤다. 날개가 꽉 막혔던 셈. 하지만 양효진이 GS칼텍스의 창을 막아냄과 동시에, 자신이 가진 창으로 코트 중앙을 폭격하며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다. 
1세트부터 공·수 모두에서 빛났다. 1세트에서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GS칼텍스 공격수들의 기를 꺾은 양효진은 21-21로 쫓긴 상황에서 연거푸 공격을 성공시키며 위용을 과시했다. 세터 이다영과 호흡을 맞춰 연거푸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키며 GS칼텍스의 추격을 따돌렸다. 양효진의 세트 막판 3득점을 앞세운 현대건설은 한숨을 돌리고 1세트를 수성할 수 있었다.
양효진의 좋은 컨디션은 2세트 이후에도 이어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2세트에서 4점을 올린 양효진은 3세트에서는 공격과 블로킹 모두에서 GS칼텍스에 공포로 자리매김하며 또 한 번 20점 고지를 넘겼다. 이런 양효진은 이날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블로킹도 6개를 잡아내 자신의 시즌 평균을 끌어올렸다.
양효진은 경기 후 "최근에 뭔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니까 답답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경기를 내려놓으면서 하려고 하는데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하다보니 인상도 쓰고, 스스로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고 승리에 대해 후련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보강 운동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지금 상태는 괜찮다. 언제 또 아플지 모르는 스타일이다보니 잘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날개 공격수들은 그날의 컨디션, 그리고 상대의 대비에 따라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공격을 때리면서 매일 같은 컨디션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럴수록 중앙에서 든든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양효진의 가치는 더 빛난다. 보통 감독들은 “한 세트에서 두 중앙 공격수가 6점을 합작하면 그 세트는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혼자의 힘으로도 이를 가능케 하는 양효진은 그런 계산을 만드는 선수다. 거액의 연봉이 아깝지 않은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skulboy@osen.co.kr
[사진] 장충=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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