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무회전킥] 손흥민, 가시밭길 헤치고 우직한 발걸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12.08 04: 00

겨우내 역경을 딛고 만발한 봄 꽃은 더 아름답다.
손흥민(25, 토트넘)의 발끝이 예사롭지 않다. 손흥민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열린 아포엘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H조 최종 6차전서 추가골을 기록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6경기를 무패(5승 1무)로 마감했는데 손흥민은 5경기에 나와 도르트문트전 2골 등 총 3골을 터트리며 팀의 조 1위, 16강행에 크게 공헌했다.
손흥민은 이날 팀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37분 추가골을 넣었다. 아크 서클 근처서 요렌테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 차 아포엘 골문 구석을 갈랐다. 아포엘 수비수 6명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킨 원더골이었다.

영국 미러는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 평점인 8과 함께 MOM(경기 최우수선수)으로 선정하며 "편안하게 완벽한 골을 넣었다. 좋은 마무리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럽축구통계전문인 영국 후스코어드 닷컴도 양 팀 네 번째로 높은 8점을 줬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양 팀 공동 2위에 해당되는 평점 7을 매겼다.
최근 손흥민의 득점포는 불을 뿜고 있다. 올 시즌 총 6골을 기록했는데 최근 한 달 새 4골을 집어넣었다. 지난달 5일 크리스탈 팰리스(리그)전 골을 시작으로 22일 도르트문트(UCL), 3일 왓포드(리그), 이날 아포엘전까지 골행진이다.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시작부터 삐걱댔다. 부상으로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 직전에야 부상에서 복귀해 주로 백업 자원으로 뛰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전술적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주로 스리백을 쓰며 해리 케인을 필두로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에게 앞선을 맡겼다. 설 자리를 잃은 손흥민은 선발보다 교체로 뛰는 일이 잦아졌다.
자연스레 출전 시간도 들쑥날쑥했다. 올 시즌 손흥민이 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14경기 중 35분 출전 미만 경기가 절반에 가까운 6경기나 된다. 공격수 포지션의 특수성까지 더해 손흥민이 감각을 찾는 건 여러 모로 쉽지 않아 보였다. 설상가상 대표팀 부진까지 겹치며 프로 데뷔 이후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손흥민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경기력이 좋지 못한 날에는 공격포인트로, 골이나 도움이 없을 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팀 셔우드 토트넘 전 감독도 "손흥민은 매주 경기에 나서야 한다"며 "골을 넣을 수 있는 그가 시소코를 대신해 매번 선발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술적 활용가치도 매우 높다. 손흥민은 원톱이나 투톱 공격수 또는 좌측면 날개든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아포엘전서 우측면 날개로 뛴 손흥민은 순도 높은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손흥민은 후반 20분 교체 아웃되며 '주전의 예우'를 받았다. 손흥민은 UCL 이주의 선수와 이주의 골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며 기쁨을 더했다.
손흥민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부활했다. 지난달 안방에서 펼쳐진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평가전 2경기서 '군계일학' 활약으로 추락하던 한국 축구에 희망을 안겼다. 특히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서 한국의 2골을 모두 책임지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세르비아전도 시종일관 상대를 위협하며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유럽 무대에서 21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두 전설 차범근과 박지성을 넘어섰다. 손흥민은 차범근 전 감독이 1985-1986시즌 달성한 19골을 넘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에서 단일 시즌 20골 고지를 밟은 주인공이 됐다. 박지성이 보유했던 잉글랜드 무대 통산 27골(8시즌)도 단, 두 시즌 만에 경신했다.
첫 발걸음은 가시덤불이 우거진 길이었지만 손흥민은 자신만의 우직한 발걸음으로 헤쳐 나아가고 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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