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미야자키(일본), 최익래 기자] 이름도, 소속팀도 바뀌었다. 2017년은 오태곤에게 '격변의 해'였다. 가장 바뀐 건 그의 마음가짐이다. 오태곤은 절치부심 속 내려놓음으로 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팀을 옮기며 꾸준한 기회가 따라왔다. 그 결과 오태곤은 데뷔 후 가장 많은 135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3리, 9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평가할 가치가 없는 기록이다"라며 딱 잘라말했다.
▲ 수 차례 되새긴 주문 "장시환 선배보다 잘해야 한다"오태곤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캠프지에서 만난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좋을 때든 아닐 때든 믿고 내보내주셨다. 이만큼 기회를 얻으면 누구라도 올해 나 정도 성적을 기록했을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반 년도 더 지난 트레이드 얘기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다. 오태곤은 "트레이드는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기사로만 접하는 사건이었다.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니 멍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롯데 라커룸은 눈물바다였다. 오태곤이 눈물을 흘리자 평소 가까웠던 김문호, 정훈 등이 줄줄이 울었다고. 이를 지켜보던 강민호도 "남자놈들이 뭘 울고 있냐"라며 가장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고.
여러 모로 충격의 트레이드였지만 이를 변명삼고 싶지 않다는 오태곤이다. 그는 "팀이 바뀌어도 야구는 똑같다. 적응하느라 성적이 좋지 않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핑계다"라며 "kt에 이미 적응했다. 성적이 안 나온 건 오로지 내 탓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장시환 선배보다 잘해야 한다'. 트레이드 직후 생긴 오태곤의 목표 중 하나였다. 오태곤은 "반대급부를 의식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아마 트레이드를 겪은 모두가 그럴 것이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kt가 왜 오태곤을 데려온 건지 증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 '보상선수 거론'에도 의연한 이유
kt는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과 4년 88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팀 창단 후 최고액 투자. 주전 3루수 자리는 자연히 황재균의 몫이다. 그 유탄은 오태곤, 김동욱 등 내야수들에게 고스란히 향한다.
그러나 오태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나와 (황)재균이 형이 자꾸 비교되는데, 현시점에서는 레벨이 다른 선수 아닌가"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다. 경쟁은 익숙하다. 어떻게든 내 강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롯데 시절부터 그와 친밀했던 황재균은 계약 직후 오태곤에게 "외야로 잘 가라"라며 농담 메시지를 보냈다고. 오태곤은 마무리 캠프에서 외야수 변신에 나섰다. 데뷔 후 줄곧 내야수를 맡은 그에게 중요한 변화다. 다만, 외야 전향은 아니다. 김진욱 감독은 오태곤에게 "스프링캠프부터 내외야 겸업을 시킬 것이다. 마무리 캠프에서 마음껏 외야를 맡아봐라"고 주문했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였다. 20홈런의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내야 수비 안정감이 떨어졌다. 어이없는 송구나 포구 실책도 몇 차례 있었다. 자연히 수비는 부담이었다. 오태곤은 "외야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히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라며 "내 것 묵묵히 할 일만 남았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늘 준비돼야 한다"고 되새겼다. 김진욱 감독도 "외야수의 내야 전향은 힘들지만 반대의 경우는 한결 나은 편이다"라며 "기본적인 재능이 있는 선수라 그런지 외야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라고 칭찬했다.
kt는 황재균의 영입으로 20인 외 보상선수를 롯데에 내줘야 했다. 결과는 조무근이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오태곤이 풀릴 것 같다. 과연 롯데가 데려갈까'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오태곤은 "그게 내 위치다. 보여준 게 없는데 묶어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라며 "솔직히 묶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kt에서 나를 데려왔고, 김진욱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거기에 보답을 못했기 때문에 화답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2017 오승택'보다 '2018 오태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 만큼 더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 오태곤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