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진 김광현, 다시 찾은 ‘투구’의 행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21 09: 00

순조롭게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에이스 김광현(29)이다. 더불어 가장 얼굴 표정이 밝은 선수도 김광현이다.
일찌감치 리더십을 인정받아 차기 주장감으로 뽑히는 김광현은 이번 캠프 투수조의 분위기를 이끄는 주인공 중 하나다. 1987년생 선배들과 후배들의 가교 몫을 하며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재활 페이스가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재활에 매진하던 당시보다는 확실히 얼굴 표정이 좋아졌다. 자연히 후배들을 돌볼 여유도 생긴다.
김광현은 현재 40개 정도의 불펜 투구를 소화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아무 탈 없이 재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현은 “아직 100%의 느낌은 아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불펜투구 때도 공을 던진 뒤 다소간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고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다행히 아픈 곳은 없다. 그리고 모처럼의 재미도 느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쉼 없이 공을 던져온 김광현이다. 프로에 와서도 2007년부터 1군에서만 총 1347⅓이닝을 던졌다. 캠프 때 투구, 포스트시즌 때의 투구, 그리고 국제대회에서의 투구까지 합치면 더 많다. 지금까지는 공을 던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서 적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김광현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체가 좋다”고 미소 지었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오래 공을 던지지 못한 시기였다. 남들보다 짧은, 그리고 빠른 재활 과정이었지만 답답함이 컸을 법하다. 수술을 했던 선수들은 “아픈 것은 둘째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광현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광현 또한 ‘다시 잘할 수 있을까’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더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몸 관리는 역시 최고의 프로답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껏 품었던 불안감은 공을 던지면서 서서히 지워가고 있다. 김광현은 이번 가고시마 캠프에서 60구까지 투구수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60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투구하는 것은 아니고, 20구씩 세 번을 끊어 실시한다. 다만 다른 선발 자원들도 어차피 그 정도 투구수에서 마무리캠프를 정리한다. 동료들에 비해 늦지 않은 것이다. 이형삼 코치는 “꼭 그 정도까지 던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재활 단계도 빠르다는 의미다.
‘투구’의 행복을 되찾은 김광현은 내년을 벼르고 있다. 1년 동안 쉬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올해 1년을 쉬었기에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 김광현은 “올해 아쉬운 점을 만회하겠다. 내년에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최대한 보탬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김광현의 얼굴에 미소가 완전히 돌아올 때가 곧 SK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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