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의 변신, 엄격함에 더한 세심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20 13: 00

박경완(45) SK 배터리코치는 훈련 때마다 펑고 배트를 달고 산다. 펑고 배트는 특유의 강훈련 상징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박 코치는 가방에서 슬그머니 태블릿 PC를 꺼내든다. 달라진 박 코치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포수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 코치는 지도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껏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는 SK 포수들은 으레 지옥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 코치 특유의 강훈련이 선수들을 넉다운시키곤 했다. 지금은 KIA로 이적한 김민식도 이 훈련 과정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올해는 훈련량이 다소 줄어들었다. 주위에서도 “놀랐다”고 할 정도다.
박 코치의 ‘변신’이 그 중심에 있다. 자신의 훈련 방식을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 방식이 비교적 성공을 거둔 것이기에 더 그렇다. 그러나 올해 박 코치는 ‘코치’가 아닌 ‘선수’의 관점에서 이번 캠프를 소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박 코치는 “꼭 그렇게 운동을 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더라. 스파르타식 훈련이 요즘 추세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캠프에 오기 전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곰곰이 고민한 박 코치는 선수들과의 소통에 중심을 두기로 마음먹었다. 박 코치는 “선수와 코치들과의 대화, 그리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이재원의 경우는 좀 더 방망이를 많이 치게 하고 있다. 훈련 프로그램도 이재원의 뜻을 많이 들어준다. ‘제3 포수’ 후보인 임태준 이윤재의 경우는 훈련량을 조절하며 기본기 정착에 매진 중이다. 일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훈련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전히 엄격하기는 하다. 박 코치는 “요령으로 때우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훈련량이 적으면 그만큼 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만약 선수들이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예정된 프로그램에 잘 따라오고 있고, 더디지만 성장하는 모습도 보인다. 임태준 이윤재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고, 발전한 부분들이 있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 코치 스스로도 좀 더 섬세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역 은퇴 후 육성총괄로 부임할 당시 박 코치는 “컴퓨터와 워드를 다루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랬던 박 코치가 태블릿 PC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신세대(?) 코치가 됐다. 박 코치는 “들고 다니면서 선수들의 훈련을 엄청나게 찍는다. 찍어서 잘못된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효능을 설명했다. 실제 SK 포수들은 야간에 이 비디오로 활발히 토론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택했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좋아지고 있어 흐뭇하기도 했다. 주전 포수로 기대를 모으는 이재원은 공·수 모두에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임태준 이윤재는 아직 부족한 점은 많으나 묵묵하게 운동을 하며 박 코치의 눈에 들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박 코치는 “재원이는 확실히 좋아졌다. 태준이와 윤재에게는 동등하게 기회를 줄 것이고, 2월 1일 플로리다 캠프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선수들의 성장 속에 박 코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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