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코치들’ SK 캠프, 힐만 공백 지웠다

‘생각하는 코치들’ SK 캠프, 힐만 공백 지웠다
[OSEN=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SK는 올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팀의 수장이 없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지금...


[OSEN=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SK는 올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팀의 수장이 없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지금 미국에 있다. SK 구단 관계자는 “이번 캠프 때 일본에 가시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캠프 중간 가고시마를 찾아 선수들을 지켜보고 훈련 과정을 조율했다. 올해도 전 기간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정으로 캠프를 살필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인이 수술을 받는 바람에 일본에 오기가 어려워졌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나 앞으로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지만 캠프 참가 일정이 꼬였다. 다만 SK는 감독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캠프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 난다. 코치들이 노력한 덕이다.

캠프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를 한 덕이었다. 힐만 감독이 캠프에 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두고 미리 조율을 끝냈다.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이 머리를 맞댔고, “양보다는 질, 시키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생각하는 캠프”라는 컨셉을 잡았다. 캠프 시작 전에는 1박 2일로 세미나도 했다. 이런 세미나에 익숙한 염 단장조차 “첫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토론 및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둘째날도 저녁 늦게까지 밥도 못 먹고 토론을 했다. 시간이 부족해 예정된 것을 다 소화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코치들의 자세부터 많이 바뀌었다.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엄청나게 공부를 했다는 것이 염 단장의 설명이다. 각 파트별로 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선수들의 참여도도 높아 현재까지는 구단 내부에서 만족하는 분위기다.

염 단장이 캠프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고시마를 지키며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는 가운데, 김성갑 수석코치가 선수단의 훈련을 총괄하며 이끌고 있다. 김 수석코치는 지난해에도 힐만 감독의 부재 때 훈련을 성공적으로 잘 이끈 경험이 있다. 여기에 코치들도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이번 훈련을 뒷받침한다. 캠프 전부터 착실히 준비를 한 덕에 방향성이 뚜렷하다. 코치들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은 자연스레 선수들의 생각도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 개개인별로 프로그램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 이를 테면 타격이 부족했던 선수는 타격에 전념한다. 최승준 이재원 같은 경우다. 반대로 수비와 주루가 부족했던 선수들은 하루 종일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15일과 같은 경우는 오후에 라이브 게임이 있어 다른 선수들은 별도의 타격 훈련을 하지 않았다. 다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선수들은 엑스트라로 하루를 마쳤고, 야간에도 자발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활발한 분석과 토론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번 캠프에는 영상 촬영 장비가 대거 동원됐다. 구단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편집해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타자들은 자신의 타격이나 수비시 자세를 한눈에 살필 수 있고, 투수들도 미세한 투구폼 균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야간에는 이런 영상을 보며 코치들과 선수들이 소통한다. 영상 분석 때문에 훈련 시간은 조금 더 줄었지만, 그만큼 밀도는 높아졌다.


선수들도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에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적응했고,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과제가 올라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재원은 박경완 코치에게 자신의 훈련 프로그램에 특정한 사안을 넣어도 되는지 문의해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투수들도 자신이 찍은 영상을 손혁 최상덕 코치에게 보내 어떤 부분이 잘 됐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문의한다. 코치들이 업무가 많이 늘어났지만 코치들도 선수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덩달아 힘을 내고 있다.

구단이 이번 캠프에서 강조하는 ‘생각하는 야구’의 첫 걸음이다. SK가 부족한 점을 채우려면 마냥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생각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치들도 그만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구단 수뇌부는 이것이 지금까지 SK의 야구에서 부족한 점이자, SK가 더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할 과제라고 믿는다.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명문구단으로 가기 위한 기틀 마련을 위해 필수다.

물론 힐만 감독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한다. 염경엽 단장은 “일주일마다 정식적으로 보고를 하지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보고를 한다. 지금 여기서 찍는 영상들은 선수별로 분류를 해 모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이나 보고서를 보고 힐만 감독이 의견을 개진하면 일본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더 좋은 틀을 짠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SK다.

한편 뉴욕 양키스의 감독 후보로도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 힐만 감독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힐만 감독도 SK의 현재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힐만 감독이 내년 시즌 갑자기 팀을 떠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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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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