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무회전킥] 신태용호가 쏘아올린 작은 공(功)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11.11 06: 50

추락하던 한국 축구가 희망을 쏘아올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 랭킹 62위)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A매치 평가전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13위)를 혼쭐냈다. 한국은 간판 공격수 손흥민의 2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치른 A매치 4경기(2무 2패)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던 한국은 상대했던 국가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며 완벽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한국 축구는 암울한 소식으로 가득했다.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과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으로 휘청댔다. 설상가상 때 아닌 '히딩크 폭탄'까지 맞으며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태극전사들에게 열을 올리던 축구 팬들도 등을 돌렸다. 무차별적으로 대표팀을 비난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미디어도 신태용호를 외면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근래 가장 큰 위기를 맞은 한국 축구였다.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던 건 당연했다. 안방에서 무기력하게 질 경우 더는 내려갈 곳도 없었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선수와 감독은 절실했다. 이 간절함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수장은 맞춤 전술을 내놓았고, 선수들은 한발 더 뛰었다. 
대성공이었다. 한국 축구는 희망을 봤다. 우즈벡전의 허무함도, 모로코전의 무기력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했다. 잃었던 악바리 근성과 헝그리 정신도 되살아났다. 빠른 템포와 역습도 부활했다.
손흥민 활용법도 숱한 시행착오 끝에 해답을 찾았다. 고구마 같던 공격 작업은 탄산 가득한 사이다로 바뀌었다. 크로스는 날카로웠고, 영점조준된 슈팅도 많아졌다. 불안했던 뒷마당은 안정감을 찾았다. 부실했던 중원은 무게감이 높아졌다. 선수들 간의 간격, 라인 컨트롤, 협력 수비 등 조직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세르비아전은 또 하나의 시험무대다. 한국은 오는 1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두 번째 평가전을 벌인다. FIFA 랭킹 38위 세르비아는 '바늘귀' 유럽예선 경쟁을 뚫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오른 강호다. 한국이 콜롬비아를 제압한 날, 세르비아는 적지서 중국을 2-0으로 물리쳤다.
세르비아전이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또 다시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다. 그러나 1경기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게 축구다. 중요한 건 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줬다는 것이다. 어렵게 얻은 믿음이다.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콜롬비아전이었다./dolyng@osen.co.kr
[사진] 수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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