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결산③] '마더!'·'소공녀'·'너의 췌장'…부산 빛낸 베스트 영화 7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22 06: 30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75개국에서 온 300편의 영화들이 10일 간의 영화 축제를 빛냈다. 그 중에서도 부산 관객들을 만족시킨 작품은 무엇이 있었을까. 부산영화제 상영작들 중, 정식개봉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일곱 작품을 꼽아봤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션 베이커 감독)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건너편 '매직 캐슬'에 살고 있는 6살 무니와 친구들의 엉뚱하고 유쾌한 모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지난 2015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탠저린'으로 화제를 모으며 '가장 혁신적인 천재 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션 베이커의 신작이다. 올해 5월 열린 칸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서 공식 상영된 후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버라이어티가 2018년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작 10편 중 한 편으로 꼽을 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현실의 먹먹함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대비되는 세계를 탁월한 연출력으로 영롱하게 빚어낸 작품으로 부산영화제를 빛냈다. 부산에서 놓친 관객이라면 내년 1월 정식 개봉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1962년 냉전 시기 미국, 언어 장애가 있는 엘리사는 정부가 극비리에 운영하는 연구소의 청소부다. 어느 날 연구소에 신식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 용도로 '물고기 인간'이 들어오면서, 외로웠던 엘리사의 인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19분 동안 선사하는 어른들을 위한 환상 동화인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인간과 다른 차원에서 온 것 같은 괴생명체의 진정한 사랑을 그려낸다. 과연 인간과 괴생명체가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종족의 사랑은 진정으로 아름다울 수 있을까. '셰이프 오브 워터'는 가장 연약할 것 같은 엘리사가 진정한 사랑을 만난 후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하게 현실을 돌파해 나가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감탄을 자아낸다. 관람 후 기대작이라는 이름에 단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만족과 함께 일어날 수 있다. 
#마더!(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오고, 낯선 이들의 방문을 불편해 하던 아내는 손님의 집에서 남편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 '마더!'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그려나간다.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 '노아' 등을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문제작으로 꼽힌다. 121분간 관객들을 옥죄는 심리 스릴러인 '마더!'는 분명히 호불호가 갈린다. 영화 속 은유적인 장치를 이용해 성경 속 의미를 숨겨둔 감독의 의도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121분간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특유의 색깔에 환호할 관객도 있겠지만, 종교적 은유의 범벅과 제니퍼 로렌스 시점의 극한 분노와 섬뜩함을 견딜 수 없다면 불호에 가까울 것이다.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사랑을 찾겠다며 무책임한 엄마가 집을 나가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토모는 외삼촌 집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린코라는 트렌스젠더 여성을 만난다.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린코와 그녀를 사랑하는 삼촌, 그리고 토모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그린 영화. 
'카모메 식당',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그려낸 성소수자와 대안가족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성소수자라는 어려운 캐릭터에 도전한 이쿠타 토마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 가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 영화로 강력 추천한다. 
#소공녀(전고운 감독)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를 인생의 위로로 생각하는 주인공 미소가 담배값이 2천원이나 오르자, 집을 포기하고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재치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 충무로에서 믿고 보는 이름이 된 광화문시네마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활력있는 작품. 광화문시네마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이번에도 전혀 배신당할 일이 없을, 수작의 탄생이다. 부산영화제에서도 CGV아트하우스상을 받았다. 
이솜은 가사도우미로 열심히 일하지만 껌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가난한 미소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그 전 작품들은 해내지 못한, '소공녀'만이 성공한 이솜의 발견이다. 안재홍은 설명이 필요없이 적재적소에서 만족,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부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야 할 작품이다. 
#죄 많은 소녀(김의석 감독)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실종되는데, 투신으로 추정되지만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도 명확한 증거도 나오지 않아 자살인지 타살인지 단정지을 수 없는 상태다. 여학생이 실종된 밤, 함께 있었던 영희는 여학생의 죽음을 부추긴 것으로 의심받게 된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상을 받았다.
전여빈, 이봄 등 충무로가 주목해야 할 걸출한 배우들의 탄생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전여빈은 속을 알 수 없는 아이 영희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심사를 맡은 김호정이 "처절하고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영화의 시작과 끝까지 스크린을 압도하는 놀라운 배우의 탄생을 알린다"고 평했을 만큼, 전여빈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차세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탄생을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죄 많은 소녀'는 필람할 가치가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츠키카와 쇼 감독)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교사로 근무하는 주인공이 도서관을 정리하다 고교 시절의 흔적을 발견한다. 12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비밀, 그리고 그녀와의 잊지 못할 이별,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라는 무서운 말 속에 담겨 있는 교감과 사랑에 대한 절절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5천석 규모의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장을 가득 채우며 올해 부산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제목은 다소 기괴하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풋풋한 첫사랑 로맨스를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묵묵히 그려내는 영화는, 엔딩을 보고 나야 제목에 숨은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오싹한 제목에 호기심이 드는 관객이라면, 영화를 본 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제목의 숨은 뜻 찾기를 추천한다. /mari@osen.co.kr
[사진] 각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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