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된 ‘끝판대장’ 오승환, 韓美日 중 어디로 갈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0.12 06: 32

‘끝판대장’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과연 어디로 갈까.
오승환은 지난 2015년 세인트루이스와 1100만 달러(약 124억 8500만 원)에 2년 계약(1+1)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2년차 시즌을 마친 오승환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2년을 보낸 그는 다시 자유계약선수(Free Agent) 자격을 획득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오승환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답했다. 한국, 일본, 미국 등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조건은 있었다. 오승환은 “만족할 만한 계약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봉이든 환경이든 오승환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리그에서 뛰겠다는 의미다.

오승환이 가진 세 가지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 메이저리그 잔류...다른 팀으로?
오승환에게 있어 최고의 선택은 역시 메이저리그 잔류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서 보낸 지난 2년에 대해 “어릴 때부터 꾸던 꿈을 이뤘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만족은 하지 못했다. 아직 기회가 되면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팬들도 아쉬우실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직 미국무대에 대해 미련이 남은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정상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오승환이지만 메이저리그서는 A급이 아니다. 특히 2017시즌 오승환은 1승 6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10로 다소 부진했다. 시즌 중반 마무리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부진으로 기회를 날렸다.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세인트루이스 현지언론은 오승환의 잔류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마이클 거쉬 단장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뚜렷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 시장에서 마무리 투수들을 살필 것”이라 공언했다. 오승환도 재계약 협상 대상 중 한 명이지만, 구단이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할 경우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
오승환은 빅리그 2시즌 동안 39세이브를 기록했다. 2016시즌 1.92였던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그럼에도 오승환은 2017시즌 팀내 세이브 1위였다. 빅리그 전체서 20세이브 이상을 올린 선수는 총 23명에 불과하다. 올 시즌 부진에도 불구 오승환은 아직 경쟁력이 있다. 연봉을 고려해도 메이저리그보다 많이 줄 수 있는 리그는 없다.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가 아닌 타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3년 만에 일본 복귀, 걸림돌은?
메이저리그 잔류가 어렵다면 일본프로야구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오승환은 2013년 12월 한신 타이거즈와 2년 간 최대 9억 엔(약 91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금은 2억 엔(약 20억 2254만 원)에 2년간 연봉은 각각 3억 엔(약 31억 5천만 원)으로 보장액 8억 엔(약 84억 원)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오승환은 2시즌 동안 한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역대 한신 외국투수 세이브 1위에 오르는 등 몸값을 톡톡히 했다. 메이저리거 프리미엄까지 붙은 오승환이 일본으로 돌아간다면 금전적인 면에서는 미국 못지않은 거액의 연봉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오승환이 한신과 매끄럽게 헤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신이 오승환과의 재계약을 원할 때 오승환의 해외원정도박 파문이 터졌다. 간절하게 오승환을 원했던 한신도 결국 재계약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일본사회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를 뛰게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신의 홈구장 고시엔 야구박물관에는 오승환의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구단에서 그의 업적을 높이 샀다. 하지만 오승환의 이적과 함께 고시엔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타 팀도 마찬가지 이유로 오승환을 영입하기에는 적잖은 부담감이 따른다.
▲ KBO 유턴, 삼성에서 마무리?
오승환이 4년간의 해외경험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아무래도 연봉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승환도 이제 선수생활의 말년을 걷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뛰면서 웬만한 꿈은 다 이뤄본 오승환이다. 해외생활의 외로움 없이 맘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한국만큼 매력적인 곳도 없다. 오승환의 자존심을 맞춰줄 수 있는 정도의 국내투수 최고연봉이라면 오승환의 마음도 흔들릴 수 있다.
정우람은 2015년 한화와 4년간 84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84억 원은 지금도 역대 불펜 투수 최고액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서 유턴하며 4년 150억 원에 롯데와 계약했다. 오승환을 잡으려면 정우람의 마무리투수 최고액은 가뿐히 뛰어넘어 이대호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은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의 가치를 알아도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거금이다.
오승환은 2013년 한신으로 떠나면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삼성에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05년 데뷔 후 줄곧 삼성에서만 뛰어온 오승환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삼성은 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레전드’ 이승엽이 은퇴했다. 또 다른 프렌차이저 오승환이 돌아와 준다면 구단에게나 팬들에게나 엄청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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