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PS 분석] '도루 급감의 시대?' 준PO는 지금 발의 전쟁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11 10: 00

2017 KBO리그 정규시즌은 도루 급감의 시대였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늘 그랬듯 '발'이 승부를 바꾸고 있다. 도루 급감의 시대를 비웃는 발의 힘은 3차전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정규시즌 3위 롯데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 NC의 준플레이오프 맞대결. 사상 첫 '포스트시즌 부마더비'의 성사였다. 선발투수부터 불펜, 타력의 힘까지 어느 한 쪽의 우위를 쉽사리 점치지 못했다.
다만, 승부를 바꾸는 도루만큼은 흔히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도루의 가치는 예년에 비해 훌쩍 떨어졌다. 총 720경기에서 778도루. 경기당 1.08개에 불과했다. 한 팀당 0.5개 정도의 도루만을 성공시킨 셈이었다.

팀 도루 1위 삼성이 98도루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KBO리그 원년부터 따져도 팀 100도루 이상 팀이 나오지 않은 건 올해가 유일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5개 팀이 팀 도루 100개를 돌파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었다. '대도' 이대형은 물론 한동민 등 도루로 다치는 선수가 속출했다.
NC(93도루)와 롯데(92도루)는 각각 이 부문 2~3위에 올랐다. 안 뛰는 팀들 가운데서는 그나마 발야구를 선보였던 것. 그러나 롯데는 손아섭(25도루, 리그 3위), 나경민(20도루, 리그 5위), NC는 나성범(17도루), 이상호(12도루) 편중이 심했다.
조금 더 파고들어가도 마찬가지였다. 양 팀은 모두 득점 대비 득점 생산(RAA주루)에서 평균 이하였다. 롯데는 -1.83으로 리그 6위, NC는 -9.48로 최하위였다. 이 부문 1위 두산(10.57)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발이 흐름을 바꿨다. 특히 1차전이 그랬다. NC는 무려 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발야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2회에는 박석민이 도루를 성공했으며 4회 모창민, 7회 이재율, 11회 노진혁도 베이스를 훔쳤다.
약간의 폭투를 틈타 베이스를 파고든 경우도 두 차례나 있었다. NC 박민우는 1회 1사 3루서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날 때 조쉬 린드블럼의 폭투를 놓치지 않고 홈을 파고 들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과감함이 빛났다. 비디오 판독 끝에도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11회 지석훈도 마찬가지. 지석훈은 무사 2루서 박시영의 공이 포수 밑으로 흐른 것을 포착한 뒤 3루까지 향했다. 강민호도 이내 공을 찾았고 아웃 타이밍. 그러나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손을 접는 기민한 동작으로 3루 세이프를 얻어냈다. 경기 후 조원우 롯데 감독은 "린드블럼의 투구 동작이 원체 크다. 우리가 린드블럼을 상대하더라도 발야구로 공략했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대주자 이재율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도루 1개씩을 성공시켰다. 반면, 롯데는 손아섭이 도루 2개를 기록하는 데 불과했다. 그나마도 후속타 불발로 홈을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 타선 침묵은 기대를 모았던 '사직마' 나경민의 투입 시점을 잡기 힘든 결과로 이어졌다.
냉정히 말해 1~2차전에서 발로 재미를 본 팀은 롯데보다는 NC 쪽이었다. 하지만 베이스에 나가기만 하면 언제든 2루를 훔칠 수 있는 나경민의 존재는 롯데의 강력한 무기다. 1차전 연장 11회 7득점을 제외하면 이번 시리즈 전반적으로 타자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 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경민의 투입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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