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대업’ 양현종, KS서 1인자 공인 받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06 06: 15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KBO 리그에는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젊은’ 선발투수들이 몇몇 등장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류현진(30·LA 다저스), 윤석민(31·KIA), 김광현(29·SK), 양현종(29·KIA)과 같은 선수들이었다.
앞의 세 선수는 번갈아가며 최고 타이틀을 차지했다. ‘괴물’ 류현진(2006년 MVP)의 독주를 김광현(2008년 MVP)과 윤석민(2011년 MVP)이 한 차례씩 저지했다. 세 선수의 비교는 논쟁의 단골 메뉴였다. 그에 비해 양현종에 대한 주목도는 적었다. 나름 좋은 성적을 냈으나 비교대상들의 산이 너무 높았다. 2009년 12승, 2010년 16승을 차지했어도 2점대 평균자책점은 한 번도 없었다. 분명 1인자는 아니었다.
그렇게 6~7년이 지난 지금.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KBO 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 중 하나가 양현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마치 거북이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앞선 세 선수보다 화려한 경력은 아니지만 누적 성적으로 놓고 보면 밀리지 않을 수준까지 올라왔다. 2일 수원 kt전에서 승리함에 따라 국내 선수로는 19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처음으로 선발 20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현종이 흔히 말하는 ‘류윤김’보다 뛰어난 투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 선수는 부상으로 한 차례씩 주춤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당시부터 앞서 나가던 류현진을 제외하더라도 ‘선발 20승’은 윤석민과 김광현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대목으로 평가할 만하다.
1년 선배 윤석민은 2011년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KIA 마운드의 에이스였다. 양현종이 좋은 활약을 할 당시에도 “KIA 에이스는 윤석민”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동갑내기 김광현은 ‘88년생 동기’ 중 선두주자였다. 이미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한참을 앞서 나갔다. 물론 양현종과는 모두 절친한 사이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 언젠가는 뛰어 넘어야 할 대상이었다.
올해 팔꿈치 부상으로 1년을 쉰 김광현(108승)의 통산 승수에 1승차로 다가선 양현종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도 꽤 된다. 경력을 통틀어 15승 이상 시즌만 네 번이 되고, 최근 3년은 모두 18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4년 연속 140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얼핏 보면 다른 선수들도 있을 법한 기록처럼 보이는데 정작 이 기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현역 선수가 없다.
선발과 중간을 오고가 다소 손해를 본 윤석민은 빼고 봐도, 김광현 또한 3년 연속 180이닝이나 4년 연속 140탈삼진 이상 기록은 없다. 장원준(두산), 차우찬(LG), 윤성환(삼성) 등도 최근은 물론 어떤 특정 시기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투수인 더스틴 니퍼트(두산)도 정작 3년 연속 180이닝 소화는 없고, 에릭 해커(NC)나 앤디 밴헤켄(넥센)도 이런 기록과는 꽤 거리가 있다. 메릴 켈리(SK)는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던졌으나 2015년 탈삼진이 139개였다.
이처럼 양현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그리고 20승이라는 대업으로 지금까지 경쟁자들에게 부족했던 상징성도 채웠다. 최정(SK)이라는 큰 산이 남아 있으나 만약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한다면 금상첨화다. 이제 ‘2인자’라는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양현종은 이제 한국시리즈부터 1인자 공인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할 태세다. 1인자의 필수조건은 큰 경기에서의 강인함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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