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2루 실책, 10년 전 악몽 떠오르는 LG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9.20 06: 00

10년 전 데자뷰인가. 
LG가 만약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다면 19일 잠실 kt전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7-7 동점으로 맞선 9회 kt 공격, 1사 1·2루에서 이진영의 유격수 땅볼 타구는 6-4-3 병살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LG 유격수 오지환이 타구를 잡아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손주인에게 토스했다. 
그러나 손주인이 공을 떨어뜨리는 포구 실책을 범했고, 주자가 모두 살았다. 수비 좋은 손주인답지 않은 실책이었다. 이닝 종료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만루로 돌변했고, kt는 대거 8득점을 휘몰아쳤다. LG는 kt에 또 한 번 발목을 잡혔고, 잔여 11경기를 남기고 5위 SK와 격차가 2.5경기차로 벌어졌다. 

이 장면을 보며 10년 전 어느 경기를 떠올린 LG 팬들이 많았다. 지난 2007년 9월7일 잠실 SK전이 바로 그 날이다. 당시까지 LG는 잔여 15경기를 남겨놓고 4위 한화에 3경기 뒤진 5위로 실낱 같은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날 SK에 2-3으로 역전패하며 사실상 포스트시즌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경기에도 LG에는 결정적 실책이 있었다. 2-1로 앞선 9회 2사 3루, SK 정경배가 평범한 내야 뜬공을 쳤고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9회 대수비로 들어온 2루수 김우석이 글러브에 공을 넣었다 빠뜨리는 믿기지 않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해 1군 출장이 2경기밖에 되지 않을 만큼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김우석에겐 밤 경기 뜬공이 낯설었다. 
행운의 동점 직후 SK는 정근우의 역전타로 3-2 승리까지 가져갔다. 당시 에이스 박명환이 8이닝 2실점(1자책)으로 역투했지만 어이없는 실책 하나로 LG의 희망은 사라졌다. 그 이후 14경기에서 5승8패1무에 그친 LG는 최종 순위 5위로 시즌을 끝마쳤다. 4위 삼성과 격차는 3경기. 꼭 그날 경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10년 후 비슷한 시기와 상황, 그리고 같은 2루에서 또 믿기지 않는 실책이 터져 나왔다. 이날도 LG는 에이스 데이비스 허프가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불펜과 수비 불안으로 승리가 날아간 것도 비슷하다. 여러모로 10년 전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산술적으로는 10년 전 그날만큼 절망적이지 않다. 5위 SK에 2.5경기 뒤져있지만 LG의 경기가 7경기 더 남아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경기력으론 남은 11경기가 버겁게 느껴지는 건 사실. 그렇게 되면 19일 밤의 2루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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