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귀향' 감독 "성폭력 장면, 실제 백분의 일도 안 되지만 고민 많았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9.13 18: 00

 (인터뷰①에 이어)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존자는 현재 단 35명이며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3세(2017년 8월 28일 정부 등록자 현황 기준)에 달한다. ‘귀향’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귀향2: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담았다. 전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위로였다면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증언 영상이다.
조정래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말 자체가 끝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죽어서도 반성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우리 역시 다른 나라에 잘못을 한 게 있었다면 신속히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해야 할 것 이다. 35명의 할머니만 살아계시는데 (일본 정부가)할머니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편에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어 사실성을 높인다.

“영화로 보는 증언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는 몇 개의 증언이 나오지만 만들면서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전체 영상을 모두 보며 영화에 넣을 자료를 일일이 찾았다. 본편에 소개되지 못했던 미공개 영상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증언이 함께 나오면서 진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일본 우익 신문과 단체들은 영화 ‘귀향’을 놓고 ‘날조 영화’라는 표현을 쓰며 공격하고 있다. 정민 역을 재일교포 4세 배우 강하나는 우익단체들에 신상 정보가 털려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조 감독은 이에 “그들이 날조됐다면서 모든 게 다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나.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이 영화가 필요했다.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편집 중 할머니들의 증언을 목소리만 낼지, 자막 처리만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 우익의 비난에 실제 할머니들의 모습을 완전히 공개해 (거짓에)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편 ‘귀향’을 만들면서 모든 게 다 힘들 정도로 말 못 할 시련과 고통이 있었다. 이제는 ‘아이 캔 스피크’처럼 좋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홀로코스트(나치 독일 대학살)에 대한 영화가 나와서 독일이 계속 사과하는 것처럼 위안부 영화가 계속 나와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충격적인 성폭력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며 아픔과 고통을 겪는 모습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소녀들의 삶 전체가 송두리째 달라지는 모습까지 제시함으로써 사건의 심각성을 극대화시킨다.
조 감독은 이에 “넣어야할지 빼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제가 만들고 싶은 사람 1위지만, 도망가고 싶은 사람 1위라는 표현까지 썼다. 영화를 보신 이옥선 할머니가 ‘내가 실제 겼었던 백분의 일도 아니다’라고 하셨다. 사실 저는 증언집을 읽는 것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나마 최소한의 표현을 보면서 분노하고 고통 받았을 소녀들의 아픔을 공유하길 바랐다.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알려나가면서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반드시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인정하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법적 배상, 그리고 지나간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전 지금도 영화감독으로 불리기보다 나눔의 집의 봉사자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싶고 그 말을 더 좋아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스틸이미지 및 홀리가든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