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3년 연속 최하위 유력' kt에 남은 세 가지 목표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05 06: 58

올 시즌도 기대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kt는 시즌 종료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리그 최하위에 처져있다. 123경기 40승83패, 승률 3할2푼5리. 9위 삼성과 승차는 7.5경기로 벌어졌다. 남은 21경기에서 이 차이를 뒤집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시즌이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다. 3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에도 올 시즌을 유의미하게 만들어야 한다. kt에 남은 동기부여거리는 차고 넘친다. 단순히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팀 차원에서 필요한 과제가 몇 가지 있다.
# '단일 시즌 최다패' 불명예 피하기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패 기록은 2002년 롯데와 1999년 쌍방울이 보유 중인 97패. 시즌 중반 한때 kt가 이 기록을 넘어 사상 첫 100패까지 기록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만큼 kt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kt는 6~7월 합쳐 44경기서 8승36패, 승률1할8푼2리에 그쳤다.
그러나 8월 8승(16패), 9월 2승(1패)으로 악몽같던 여름에서는 벗어났다. 남은 21경기서 17패를 기록해야 단일 시즌 100패를 달성하게 된다. 지금의 흐름만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도 100패 얘기는 쏙 들어가게 된다. 아울러, 거기에 4승만 더 보탠다면 단일 시즌 최다패 기록도 피하게 된다.
냉정히 말해 지금 kt가 98패나 100패를 기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선수단의 사기를 따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7월초 한창 부진할 때 선수단에서도 "진짜 100패는 하기 싫다. 어떻게든 그건 피하고 싶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는 걸 원치 않은 것이다. 지금의 흐름만 유지한다면, 그 기록은 kt와 멀어진다.
# 피어밴드-고영표, 팀 최초 '동반 10승' 겨냥
2015년 크리스 옥스프링(12승), 2016년 김재윤(8승). 앞선 두 시즌 kt의 팀내 최다승 투수다. 역사상 10승 고지에 올라선 투수는 옥스프링 한 명뿐이다. 단일 시즌 토종 최다승은 지난해 김재윤의 8승. 그러나 이는 모두 구원승이었다. 선발승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주권(6승)이 가장 많았다.
올 시즌 kt는 확실한 선발투수 한 명을 얻었다. 주인공은 고영표. 지난해까지 줄곧 불펜으로 뛰었던 고영표는 올 시즌 25경기(24경기 선발)에 등판해 141⅔이닝을 소화하며 8승12패,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원체 받지 못하며 고개를 번번히 떨궜다. 그러나 12번의 도전 끝에 8연패 사슬을 끊어내자 3연승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팀내 선발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한 고영표는 2승만 더하면 '팀 최초 10승 토종 선수'의 영예도 안게 된다.
아울러, '피크라이' 라이언 피어밴드도 10승을 바라보고 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24경기에 선발등판해 152이닝을 소화하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평균자책점 3위의 호성적이지만 승수는 초라하다. 피어밴드와 고영표는 남은 시즌 4~5차례 가량 선발등판이 가능할 전망이다. 2승씩을 더하면 kt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동반 10승 투수가 배출된다.
# '성장세' 맛본 이들의 다음 시즌 맞이
앞선 두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kt의 진짜 문제는 '뚜렷한 성장세'의 신예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운드에서는 주권이 고군분투했지만 올 시즌 자신감을 잃으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타선에서는 지난해까지 든든한 유망주가 없었다.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조금 낫다. 타선에서는 정현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정현은 올 시즌 104경기서 타율 2할8푼2리, 4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늘 성실한 태도에 적극성까지 더해지며 '아이언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포수 이해창도 시즌 중반 부침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99경기서 타율 2할7푼9리, 9홈런, 38타점.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봄직하다. 시즌 초반 트레이드로 합류해 101경기서 타율 2할7푼8리, 5홈런, 27타점을 기록한 오태곤도 분전했다.
마운드에서는 앞서 언급한 고영표 외에도 류희운과 정성곤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했다.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경험이 자산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불펜에서는 심재민과 엄상백이 든든한 역할을 도맡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잔여 시즌을 부상없이 보내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특히 시즌 내내 등판을 거르지 않은 고영표에게 등판 간격 조정 등을 통해 조금씩 휴식을 주고 있다. kt는 올 시즌 유달리 부상이 잦았다. 오정복, 이대형, 이진영, 김사연, 심우준, 박기혁 등 주축 선수들이 크고작은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김진욱 감독은 "누가 돌아올 때쯤 되면 또 누군가 다친다"라며 "우리 팀은 뎁스가 두텁지 않기 때문에 선수 한 명의 부상이 큰 타격으로 돌아온다"라고 씁쓸해한 바 있다.
kt는 올 시즌 종료 후 창단 처음으로 해외 마무리캠프를 떠난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는 마무리캠프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코치진 조각이 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합을 맞추지 못한 수준이었다"라며 아쉬워했다. 시즌 성적은 겨울에 판가름된다는 이야기가 중론이다. 결국 kt의 올 시즌 부진은 지난해 겨울 결정된 셈이다. 올해는 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시즌 부상을 피해야 한다. /kt 위즈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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