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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이승준·이종현은 왜 이코노미 좌석에 앉았나

[서정환의 사자후] 이승준·이종현은 왜 이코노미...


[OSEN=서정환 기자] 농구대표팀의 해묵은 ‘이코노미 클래스’ 논란에 해결책은 없을까.

기자는 2년 전 ‘2015 장사 FIBA 아시아선수권’을 현장취재하며

[장사통신] 농구대표팀, ‘이코노미 클래스의 진실(http://osen.mt.co.kr/article/G1110261787)

을 보도했다. 신장 200cm인 강상재와 최준용이 199cm로 표기돼 2미터 이상이 앉도록 규정된 비즈니스석에 앉지 못했던 실태를 고발했다.

당시 아시아 6위에 그친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이 자칫 ‘손빨래 때문에...식사 때문에...좁은 비행기 좌석 때문에...’라고 비춰질 수 있어 민감한 문제였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좋은 다른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가 나가면서 다시는 이럴 일이 없길 바랐다.

하지만 2년 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행정은 오히려 후퇴했다. 비즈니스석에 앉을 수 있는 신장기준이 204cm로 오히려 높아진 것. 국가대표 선수 중 204cm 이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선수는 김종규(206cm) 한 명 밖에 없다.


▲ 200cm에서 204cm로 높아진 규정

신장제한이 올라가면서 기존에 비즈니스석을 탔던 선수들이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야 하는 황당한 사건도 나왔다. 지난 6월 프랑스 낭트에서 FIBA 3대3 농구월드컵 2017이 개최됐다. 이승준(39) 최고봉(34) 신윤하(34) 남궁준수(30)로 구성된 WILL은 한국대표팀 자격을 획득해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은 마지막 D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2-7로 제압해 첫 승을 신고하며 감격을 누렸다.

3대3 농구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농구협회는 3대3농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거의 전무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은메달을 따는데 기여했던 이승준은 은퇴 후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게 돼 벅찼다.

하지만 프랑스로 가는 12시간 동안 이승준은 이코노미 좌석에 앉았다. 신장규정이 높아졌고, 이승준이 203cm로 표기돼 비즈니스 좌석에 앉을 수 없었다. 과거 대표팀시절 비즈니스를 탔던 이승준은 영문을 몰랐지만 불평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농구협회는 선수 네 명과 단장까지 5명에게만 항공권을 지급했다. 선수들을 실질적으로 돌보는 매니저는 사비를 들여 프랑스에 다녀와야 했다.

이종현 역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아마추어시절 206cm로 신장을 표기했던 이종현은 KBL에 데뷔하며 치른 신장측정에서 203.2cm가 나왔다. 2012년 경복고 3학년 시절부터 국가대표를 달았던 이종현이다.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하지만 이제 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총 14시간을 비행한 지난 레바논 원정에서도 이종현은 이코노미 좌석에 앉았다.


▲ 농구협회 “정해진 예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농구협회 관계자는 “200cm 이상 비즈니스석은 하승진 때 생긴 규정이다. 협회가 1년에 8개의 대표팀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정해진 예산은 제한돼 있다. 요즘은 중학생들까지 2미터가 넘는 선수들이 많다. 부득이하게 신장제한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은 돈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어 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도 선수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다. 직원들이 새벽부터 나가 항공사에 협조를 구해 비상구 좌석을 구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올해 2017 베이루트 아시아컵에서 선수들은 3개의 비즈니스 좌석을 배정받았다. 최장신 김종규가 한 자리를 앉고 나머지 두 자리를 오세근, 이정현 등 고참들이 돌아가며 앉았다. 이에 대해 협회는 “과거에 일부 고참 선수가 ‘막내는 비즈니스를 타는데 왜 내가 이코노미에 앉아야 하느냐?’고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허재 감독이 세 장으로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그렇게 돈이 없다면 선수나 구단이 사비를 들여 좌석을 업그레이드 하면 되지 않을까. 협회는 “10개 구단이 모두 그런 뜻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누구는 (비즈니스석에) 앉고 누구는 못 앉으면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설령 라틀리프가 귀화를 한다고 한들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야 한다. 라틀리프가 이런 대표팀 사정을 알면 과연 귀화를 하고 싶을지 의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삼성의 싱가포르 전지훈련에 동행했다. 대회 주최 측에서 항공권을 일괄적으로 이코노미로 끊어줘 라틀리프도 이코노미에 탔다. 라틀리프의 불만이 컸다. 다행히 좌석이 많이 남아 라틀리프는 혼자 세 자리를 차지하고 갔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된 프로구단들은 구단 운영비를 투자해서라도 자기 선수들의 좌석을 올려주고 싶다는 입장이다. A 구단 사무국장은 “10개 구단 사무국장 회의에서 소속 선수들의 항공권은 해당구단에서 알아서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은 괜찮다고 합의를 했다. 협회가 여력이 있는 (비즈니스) 세 자리를 대학생 선수(양홍석)나 지원스태프에게 주면 비행기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농구협회와 KBL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두 단체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물론 협회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이코노미 좌석을 구매할 경우 항공권 구매예산이 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축구대표팀의 경우 대부분의 해외원정에 비즈니스 항공권이 지급된다. 중요한 해외원정 경기가 있을 때는 전세기까지 띄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전세기를 한 번 띄우는데 약 3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현지에 조리장도 파견해 음식문제를 해결한다. 물론 해외원정에서 선수들이 컵라면을 끓여먹고, 매니저가 제육볶음까지 만들어야 하는 농구대표팀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축구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떠났다. 인천에서 타슈켄트까지는 7시간이 걸린다.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원정시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한다. 이번에 항공사 사정으로 비즈니스석이 부족하자 김해운, 김남일, 차두리 코치가 선수들에게 비즈니석을 양보했다. 축구대표팀 선수 23명 중 190cm가 넘는 선수는 김신욱(196cm)과 김진현(193cm) 둘 뿐이다. 170cm인 고요한도 신장에 상관없이 당연히 비즈니스석에 탄다.

타 국가대표팀의 경우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항공권을 후원받는 경우도 많다. 국가대표라는 상징성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농구대표팀은 20명 미만으로 인원이 적기 때문에 후원이 더 수월할 수 있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후원계약도 알아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했다.

▲ 장시간 비행, 경기력에 악영향

이번 대표팀의 평균신장은 196cm였다. 전 포지션에서 장신화가 이뤄져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신장에서 크게 밀려 고전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거구의 선수들이 좁은 좌석에 몸을 욱여넣고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인도 10시간 이상 비행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다리부종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 하물며 신장이 큰 농구선수는 어려움이 더 크다.

단순히 좌석이 좁은 것도 문제지만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당장 11월부터 2019 중국농구월드컵 예선은 A매치 홈&어웨이 시스템으로 치러진다. 오세아니아가 편입되면서 한국은 뉴질랜드 원정을 떠나야 한다. 직항으로도 최소 11시간 10분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다.


B 구단 관계자는 “당장 11월 홈&어웨이가 시작되면 선수들이 10시간 이상 비행해야 한다.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했을 때 몸 상태가 망가질까봐 걱정된다. 프로리그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4시간 이상 비행할 때는 비즈니스 좌석을 태우는 등 협회가 구체적 기준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아이러니다. 장거리 비행을 할수록 항공권 가격은 대폭 비싸지고, 협회의 부담은 훨씬 증가하게 된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장거리 비행에서 선수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아시아컵 일정이 하루 경기하고 하루 쉬는 일정이 많았다. 대회기간이 늘어나 체류비도 많이 들어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남자대표팀은 지난 2014년 스페인 농구월드컵에 출전했다. 1998년 토론토 세계선수권 후 무려 16년 만에 출전한 세계대회였다. 다른 국가들은 유럽전지훈련은 물론 일찌감치 스페인에 들어가 A매치를 치르며 현지에 적응했다. 하지만 한국은 대회를 겨우 하루 앞두고 들어갔다. 심지어 한국이 경기한 그랑 카나리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비행기를 한 번 더 타고 세 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섬이었다.

시차적응이 안 된 한국은 대회 초반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첫 상대 앙골라에게 초반 고전한 끝에 69-80으로 졌다. 당시 뛰었던 대표팀 선수는 “시차적응만 됐어도 앙골라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투자 없이는 좋은 성적도 없다. 좋은 성적 없이는 농구흥행도 요원하다. 홈&어웨이 제도가 실시되면 대표팀은 프로농구 시즌 중 상시 소집돼야 한다. 현재의 대표팀 지원방식으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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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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