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아픈 만큼 성숙했다' 김재호, 쉼표 속 되찾은 열정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8.20 06: 30

"야구가 정말로 하고 싶었다"
최근 몇 년간 김재호(32·두산)는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 2015년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프리미어 12 대표팀으로 뽑혀 대회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지칠 법도 했지만, 김재호는 지난해를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주장 첫 해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개인적으로도 주전 유격수로 나와 타율 3할1푼 7홈런 78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이런 활약에 김재호는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뽑혀 경기에 나섰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결국 탈이 났다.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WBC 이스라엘전에서 발목 부분에 공을 맞은 부분이 나비효과가 돼 시즌을 흔들었다. 김재호는 "발목을 다치고 나서부터 아무래도 중심이 흐트러졌다. 밸런스가 깨지기 시작하면서 부상이 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지독하게 김재호를 괴롭힌 허리 부상의 시작점이었다.
허리가 아프면서 장점이었던 수비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내야수는 허리를 굽혔다 펴는 것을 많이 하는데, 계속해서 아프다 보니 움직이는 데 많은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6월 중순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 말소없이 약 열흘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김재호는 결국 지난 7월 3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첫 1군 엔트리 제외다.
비록 경기에는 못나갔지만, 김재호로서는 잠시 재정비하며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국제 대회도 경험하고, FA 계약까지 맺다보니 정신없이 시즌을 치렀다"고 최근 몇 년을 되돌아본 김재호는 "잠시 쉬는 동안 야구를 더 생각할 기회가 됐다. 야구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더 파고들지 않으면 쉽게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김재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두산은 미래를 이끌 내야수 한 명을 발견했다. 김재호를 대신해 자리를 지켰던 류지혁은 후반기 27경기에서 3할3푼7리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태형 감독도 "류지혁이 스윙도 공격적으로 하고, 짧고 날카롭게 배트가 나온다. 또 파워와 정확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후배의 급성장에 김재호도 만감이 교차했다. 공백 속 팀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을 덜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없는 상황에서 팀이 계속 졌다면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류)지혁이가 중심에서 잘해줬다. 진심으로 지혁이가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아울러 "또 우리 팀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 지금 2군 선수들도 희망을 품고 담금질한다면 언제든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주전이 경기에 못 나가는 건 전적으로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에 잘 대처하는 것이 주전의 책임이자 몫"이라며 경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리 부상에서 회복한 김재호는 완벽하게 돌아왔다. 21일만에 선발 복귀전이었던 지난 18일 잠실 KIA전에서는 1-1로 맞선 가운데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루 뒤인 19일 수원 kt전에서도 김재호는 스리런 홈런으로 팀의 10-4 대승의 중심에 섰다. 김재호 스스로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이제 꾸준히 운동하면 아프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몸 상태가 회복되면서 김재호는 다시 한번 야구 열정에 불을 지폈다. 그는 "후배들의 성장도 있고 2군에서의 선수들의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구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라며 "신인이 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솔직히 이런 느낌 오랜만이다"이라고 웃어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한 김재호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김재호의 공백 동안 임시 주장 역할을 했던 김재환에게 남은 시즌도 주장 역할을 맡긴 것이다. 김재호가 남은 시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배려였다.
비록 가슴에 붙은 'C'는 사라졌지만, 김재호는 여전히 고참으로서 책임을 보였다. 그는 "주장이라는 자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리이긴 하다. (김)재환이도 신경 많이 쓸 것이다. 그걸 덜 쓰도록 고참들이 더 도와주려고 한다"라며 "그동안 많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빠져있었다. 좀 더 후배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또 그러면서도 내 야구 또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고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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