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배구, 亞 중심에서 밀려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17 06: 26

아시아 배구의 중심축 중 하나임을 자처했던 한국배구가 힘을 잃었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후발주자들은 어느새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음을 여기저기서 실감한다. 프로화 이후 정작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름 내내 국제대회를 소화한 한국 남녀배구대표팀은 이제 종착역을 앞뒀다. 남자대표팀은 월드리그,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예선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여자대표팀은 17일 중국과 아시아선수권 3·4위전이 마지막 일정이다. 강행군을 치른 선수단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성적과 대표팀 운영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남자배구는 마지막 대회였던 세계선수권예선에서 초라한 성적을 냈다. 당초 목표로 했던 본선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카타르와의 첫 판에서 대역전패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이란, 중국이라는 아시아 정상급 팀을 상대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며 전력차를 실감했다. 카타르에게 진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졌던 카자흐스탄을 눌렀으나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였다.

아시아 정상급 전력을 자부했던 여자배구 또한 16일 복병인 태국에게 패하며 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발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위”라고 여겼던 태국이다. 하지만 태국은 우리보다 더 정밀한 세트플레이와 안정된 조직력을 발휘했다. 오히려 우리가 벽에 막힌 기분이었다. “태국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던 주장 김연경의 경계심은 현실로 드러났다.
남자배구는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지가 꽤 됐다. 굳이 따지자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마지막 좋은 기억이다. 마지막 올림픽 무대(2000년 시드니)는 이제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아시아 전통의 강호인 일본과 중국은 물론, 이란을 필두로 한 중동세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또한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확인했듯이 중앙아시아 팀들도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더 이상 아시아의 강호 딱지를 붙이기는 힘들다.
여자배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선전 등 남자보다는 국제대회 성적이 더 좋다. 그러나 적잖은 관계자들은 “김연경이라는, 3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적이다. 김연경이 은퇴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는다. 김연경을 제외하면 정작 다른 포지션에서의 경쟁력은 강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연경도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적어도 소속팀만 따진다면, 선수들이 뛰는 여건은 더 좋아졌다. 프로배구는 가파른 인기 상승세다. 선수들의 연봉도 많이 뛰었다. 억대 연봉은 꽤 흔하다. 훈련 시설도 좋아졌다. 팬들의 관심도 실감한다. 하지만 정작 실력이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은 가슴에 꽂힌다. 국제경쟁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성적이 급한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사활을 건다. ‘외인 몰빵 리그’라는 오명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대다수의 구단들이 짊어진다.
이에 비해 대표팀 지원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미 수차례 언급된 사안이다. 대한배구협회는 무능력, 또 무기력하다. 엔트리조차 채우지 못한 결과 선수들의 체력은 사실상 방전이었디. 프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정작 2군 리그나 아마추어 지원과 같이 미래를 내다본 투자는 인색하다. 지난 시즌 KOVO가 주최한 유소년배구대회에 얼굴을 내비친 구단 관계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분명히 있었다. 갈수록 경기력이 처지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근본적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의 웬만한 국가들은 2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반대로 우리는 소수정예다. 1진과 2진 사이의 경기력 격차가 크다. 그런 1진과 2진의 경기력 차이를 메우려는 노력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아시아 정상권과의 차이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의 저조한 성적은 리그 흥행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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