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스릴러의 대가’ 같은 뻔한 수식어를 떼어버리더라도 ‘장산범’은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며, 또 하나의 새로움을 보여준 허정 감독의 저력을 드러내는 영화이다.
다른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낸다는 설정은 간단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장산범’만의 스타일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상징,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장산범’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보일 수 있을지 연구하는 허정 감독이 미래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만든, 강렬하면서도 다소 놀라운 영화이다. 그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짧은 시간이기에 아쉬웠다.
‘장산범’은 피 한 방울 흘리는 장면 없이도 관객들이 장산범이 홀린다는 이야기에 공포심을 갖고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어내며, 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대표 호러 스릴러로 등극했다.
특히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다니는 친숙한 소재인 거울을 가지고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소를 돋는 일상 속 공포와 허정 감독 특유의 스토리가 주는 반전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주인공 희연(염정아 분), 민호(박혁권 분), 여자애(신린아 분), 누구를 중점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결말을 해석할 수 있다. 호러와 드라마의 균형을 잘 이룬 것이다.
허정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좋아하는 톤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괴담이나, 전설이나, 민담도 그렇다.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라며 “여자애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그냥 비극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박혁권은 ‘장산범’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이성적인 남편 민호 역을,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염정아는 민호의 아내 희연 역을 맡았다.
허 감독은 “‘장산범’은 희연의 상실감이 중요하다. 그녀가 표출하는 감정이 많다보니 그 반대로 차분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필요했다. 상실감에 견딜 수 없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라며 “그런 점에서 염정아와 박혁권 배우의 호흡이 좋았다. 저는 박혁권 배우가 쿨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희연에 비해 민호가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인데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어린애 역을 맡은 신린아에 대해서는 “다양한 느낌이 있다. 조금만 다르게 봐도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칭찬하며 “일단 이해력이 좋다. 감정 몰입을 정말 잘한다.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독립영화 ‘저주의 기간’ ‘주희’에서부터 호러 분야에 두각을 드러냈던 허정 감독은 지난 2013년 개봉한 ‘숨바꼭질’을 통해 560만 4103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더욱 깊어진 공포와 충격을 불러일으킬 속편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허정 감독은 시즌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숨바꼭질2’는 없다(웃음). 저는 영화마다 다른 색깔로 만들고 싶다. 한 영화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기 때문에 시리즈 제작 계획은 없다. 제가 시즌제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있다. 반복하는 것이 재미가 없다. 하하. 만드는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