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장산범' 감독 "'곡성'과 완전 다른 색깔, 모든 걸 쏟아 부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8.13 09: 00

 허정 감독의 새 영화 ‘장산범’은 전래동화 ‘해님달님’에서 호랑이가 아이들을 속이기 위해 엄마의 목소리를 따라한다는 장면과 ‘아빠 괴담’ 속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낸 정체불명의 존재를 모티프로 삼아 탄생한 작품이다. 목소리를 흉내 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는 이야기는 허 감독의 손을 거쳐 한층 더 무서운 영화로 탄생했다. 스산한 숲 속과 동굴에서 벌어지는 플롯을 통해 긴장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영화 ‘장산범’은 공포영화지만 섬세하게 구성된 미장센과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단순히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동떨어진 숲 안에 있는 2층짜리 저택과 어두운 복도, 깊숙한 동굴, 그 밖의 소도구 등이 시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풀어놓는 사연과 만나 긴장감을 빚어낸다.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허정 감독을 만나 영화 ‘장산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허정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홀린다는 게 이 영화의 주제다. ‘숨바꼭질’을 끝내고 나서부터 이 주제를 생각했다. 익숙한 소리를 따라 갔는데 알고 보니 다른 누군가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가 장산범의 괴담을 듣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영화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공포 영화와 ‘장산범’이 타 공포영화와 궤를 달리 하는 것은 소리를 통해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건드린다는 것에 있다. 장산범은 사람의 가장 약한 감정을 건드리며 검은 그림자를 드러낸다. 전작 ‘숨바꼭질’(2013)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집이 침범 당한다는 이야기에서 오는 공포에 주목했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포커스를 맞췄다.
“한 사람에게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서로 다른 배우들의 입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아이가 어른을, 어른이 아이를 흉내 낼 때 감정선까지 정확히 맞춰야해서 힘들었다. 어른이 아이를 흉내낼 때 무섭게 해야할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연기해야 무서울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양하게 녹음을 하면서 보통 영화들보다 5배 이상의 시간이 들었다. 목소리만으로 홀려야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허정 감독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은 동굴 신(scene). 후시 녹음을 할 때는 눈앞에 두려운 대상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아역배우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허정 감독은 “몇 번이나 물러서 감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세트를 짓기도 했지만 전국 각지를 돌며 꼼꼼히 동굴을 헌팅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장소를 선별해온 허 감독. 특히 ‘장산범’의 주요 공간인 만큼 영화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동굴 (촬영)이 가장 어려웠다. 다 짓기는 어려워서 관광지나 보호 구역을 찾았다. 못 구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장산범에게 고통받는 가족의 수난기를 그린만큼 모든 사건은 집과 동굴에서 벌어진다. 좁은 복도나 어두컴컴한 동굴을 무대로 그 곳에서 일어날 사건에 대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시사회 후) ‘곡성’과 연관 짓는 분들이 계신 거 같은데 ‘장산범’은 2015년 8월 촬영을 시작해서 같은 해 11월에 크랭크업을 했다. ‘곡성’과 완전히 다른 색깔이다”라며 “저도 그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홍진 감독이)워낙 잘 만드셨다. 저도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보일 수 있을지 열심히 했고 모든 걸 쏟아 부었다(웃음). 항상 저만의 색깔을 담아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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