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바퀴+44세트' 이유있는 '혹사' 김연경의 일침

'지구 한바퀴+44세트' 이유있는 '혹사'...
[OSEN=이종서 기자] 두 달 간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천하의 김연경(29·상하이)이라도 지칠 수 밖에...


[OSEN=이종서 기자] 두 달 간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천하의 김연경(29·상하이)이라도 지칠 수 밖에 없다.

지난 7일. 김연경은 '제19회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연경은 작심한 듯 메시지를 전했다.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

이 과정에서 김연경은 부상과 재활을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이재영(21·흥국생명)의 이름을 언급했고,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졌다.

김연경은 다음날인 8일 자신의 매니지먼트사인 'PPAP'를 통해 "내 의견은 대표선수의 관리 뿐 만이 아닌 인재 발굴 및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었다"라며 "실명이 거론돼 상처를 받았을 이재영에게 미안하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김연경이 남긴 '고생한 선수만 고생한다'는 말은 다소 의미가 있었다. 실제 김연경을 비롯해 꾸준히 대표팀에 참석한 선수들은 약 두 달 여간 '태극마크'라는 이름 아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세계 곳곳을 오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강행군이다. 부상 우려가 걱정될 정도다.

올해 대표팀는 5월 31일 출국으로 시작한 한국-태국 여자배구올스타전을 비롯해 FIVB 그랑프리, 아시아 선수권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치르고 있다. 두 달 동안 3개의 일정이 붙어있는 강행군이다. 여기에 다음달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그랜드 챔피언스컵과, 태국에서 열리는 여자배구선수권대회까지 있다.

비행 거리로 보면 대표팀의 일정은 더욱 살인적임을 알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한국~태국(3670km)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원정 첫 테이프를 끊었다.

월드 그랑프리로 넘어가면서 일정은 더욱 혹사로 바뀌었다. 월드 그랑프리에서는 직항편이 없어 1주차 일정인 불가리아로 가기 위해서 폴란드를 경유한 뒤 불가리아 루세와 가까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입국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좌석은 모두 이코노미였다. 한국~폴란드의 거리는 약 7730km. 여기에서 루마니아로 약 920km 비행했다. 장신의 선수들이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기에는 힘든 여정일 수 밖에 없다.

1주차 일정을 마친 대표팀은 다시 폴란드 이동해 2주차 일정을 치렀고, 다시 3주차 수원에서의 일정을 치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원에서 3주차 일정을 마친 대표팀은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기 위해서 체코(8260km)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잡음이 발생했다. 12명의 선수 가운데 6명만 비지니스석, 나머지 6명은 이코노미석을 배정해 논란이 일었다. 협회는 예산 탓을 했고, 결국 IBK기업은행 배구단이 전원 비지니스석 제공을 조건으로 3000만원을 지원하면서 문제가 일단락 됐지만, 부실한 협회 지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쉴 틈 없는 강행군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한국은 그랑프리 준결승에서 독일을 상대로 0-2에서 3-2로 뒤집는 '역전쇼'를 펼치며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그러나 결국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면서 폴란드에 0-3으로 무너지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표팀은 약 일주일의 휴식 후 다시 아시아선수권이 열리는 필리핀(2610km)으로 떠났다. 한국-태국올스타전부터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참가한 선수라면 지금까지 약 43770km를 두 달간 비행했다. 공항에서 추가로 이동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지구 한 바퀴가 약 40000km을 감안하면 지칠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결국 참다못한 김연경이 나서서 협회를 향한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주포' 김연경은 그랑프리까지 모든 경기, 모든 세트에 나서면서 총 12경기 44세트에 출장했다. 에이스라 가장 많은 무게를 짊어졌다. 양효진, 김희진, 박정아 등 주축 선수들 역시 정도의 차이일 뿐 김연경과 비슷한 일정을 치러야만 했다.

더군다나 대표팀은 14명의 엔트리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12명으로 팀을 꾸렸다. 결국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는 김연경의 말은 엔트리조차 제대로 100% 활용하지 못한 시스템에 대한 강한 메시지인 셈이다.

필리핀으로 떠난 한국은 9일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를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스리랑카(10일), 베트남(11일)과 쉴 틈 없이 맞붙는다.

일단 김연경은 지난 9일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모처럼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bellstop@osen.co.kr

■한국 대표팀 비행 일정(항공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전 : 한국~태국(3670km), 태국~한국(3670km)

-FIVB 그랑프리 1주차(불가리아) : 한국~폴란드(7730km), 폴란드~루마니아(920km)

-FIVB 그랑프리 2주차(폴란드) : 루마니아~폴란드(920km)

-FIVB 그랑프리 3주차(한국) : 폴란드~한국(7730km)

-FIVB 그랑프리 준결승/결승(체코) : 한국~체코(8260km), 체코~한국(8260km)

-아시아선수권 : 한국~필리핀(2610km)

총 4만 3770km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 페이스북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클릭!!!]
2017-08-10 06:02

Oh! 모션

HOT NEWS

로딩

OSEN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