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논란+강행군’ 대표팀의 불편한 진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09 05: 50

“성적이 나면 당연히 좋죠. 하지만 성적과 부상 중 하나를 택한다면... 솔직한 심정으로 부상만 안 당하고 들어오면 좋겠어요”
한 프로팀 감독의 말대로 남녀 배구대표팀을 지켜보는 한국배구연맹(KOVO) 소속 구단들의 심기는 편하지 않다. 이들은 대표팀에 가 있는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그런데 선수들의 체력이 벌써부터 떨어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니 걱정이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실제 몇몇 선수들은 대표팀 소집 훈련이나 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이탈한 경우가 있었다. 표면적으로 부상이 없는 선수들도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십중팔구다. 배구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잦은 점프를 해야 한다. 발목이나 무릎, 어깨나 손가락 쪽에 피로가 많이 쌓인다. 비시즌 배구단 숙소를 찾으면 거의 대부분 재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충분한 휴식 없이 강행군을 펼치고 있으니 부상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는 김희진, 양효진 등의 몸 상태도 사실 좋지 않다. 사실상 투혼에 가깝다. 남자 대표팀은 이미 많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빠졌다. 예비 엔트리에서 따로 넣을 선수가 마땅치 않아 이번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에도 지난 아시아선수권 멤버가 그대로 나간다. 김호철 대표팀 감독은 “바꿀 선수가 없다”고 짧게 말했다.
또한 FA 자격 행사를 통해 팀을 옮긴 몇몇 선수들은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거의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다 대표팀에 들어와 한 달 이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의 몸 관리를 해야 할 지원 인력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구단들의 불만이 시나브로 쌓이는 이유다.
선수들도 힘들다. 다만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 혹은 이를 외면했을 때 찾아올 비판이 두려워 강행군을 한다. 구단들이 대표팀 선발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이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막상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 가지 않은 선수들에 대한 은근한 불만은 어쩔 수 없다.
이번에 적지 않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낸 한 구단 관계자는 “부상으로 빠지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수는 보기 불편하다”라면서 “병역이나 연금 등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모든 구단들이 그렇게 주축 선수들을 아낀 '원죄'가 있기에 어느 한 쪽만 잘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대회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굳이 중요성이 떨어지는 대회까지 1진을 보낼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대회는 대학이나 고교 선수들을 보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의견도 있다. 성적은 저조할지라도 이들이 뛰면서 얻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남녀 모두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만 고생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세대교체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도 아니다.
대표팀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많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지난 시즌 중 “수당을 올려봐야 얼마나 올리겠나. 이미 소속팀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사실 수당에 미련을 두고 대표팀에 가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된다”라면서 “차라리 FA 혜택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 대표팀에 대한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언제 시작될지조차 불투명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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