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연체료 폭탄’ SK, 절세 방법을 찾아라

[김태우의 SK랩북] ‘연체료 폭탄’ SK, 절세...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라고 했다. 세금 고지서는 꼬박꼬박 찾아온다. 그리고 납기일 내에...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라고 했다. 세금 고지서는 꼬박꼬박 찾아온다. 그리고 납기일 내에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칼같이 연체료가 붙는다. 연체가 계속되면 압류까지 가기도 한다. 이처럼 정상적인 상황에서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합법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른바 절세다.

SK는 지금 ‘세대교체’라는, 프로야구단이 피할 수 없는 세금을 뒤늦게 내고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이 성과에 취했다. 그라운드에 나가는 선수들은 타 팀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야구를 ‘얄밉게’ 잘했다. 그리고 아직은 젊었다. 이 선수들이 있는 한 ‘왕조’는 계속될 것 같았다. 그 사이 미래는 뒷전이 됐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 결과는 최근 4년간의 부진이다. 세금이 밀렸고 리그는 이를 봐주지 않았다.

팀의 핵심 보직은 시나브로 붕괴되고 있었다. 김광현보다 어린 똘똘한 토종 선발 하나가 안 나왔다. 불펜은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5년 뒤에도 전성기 기량을 장담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안방은 FA 이적이라는 외부 요인에 주전과 백업이 결정됐다. 내야는 자원이 말라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외야는 중복자원이 많았다. 이렇게 허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왕조 공신’들의 FA 계약 속에 팀 페이롤은 치솟았다. 그룹 지원금은 정해져 있으니 그렇게 외부 수혈의 길도 막혔다. 가격대비 성능비는 계속 떨어졌다.

이처럼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노쇠화는 SK를 왕조의 환상에서 깨웠다. 그러자 책상 위에 쌓인 세금 고지서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피할 수 없었다. SK는 지난해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갚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을 많이 중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체료를 갚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직 원금은 손도 대지 못했다. 워낙 쌓인 연체료가 많은 탓이다. 숱한 시행착오, 때로는 서투른 접근이다. 진작 냈어야 할 세금을 내지 못한 원죄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세금을 갚기 버거웠던 SK는 절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오프시즌 승부를 걸었다. KBO 역대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인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구단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는 감독 시절 뛰어난 수완을 자랑했던 염경엽 단장을 영입했다. 두 거물급 인사의 만남은 리그 전체의 화제였다. 성적과 세대교체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성적은 오히려 그럭저럭 괜찮다고 보고 싶다. 후반기 초반 부진해 6위까지 떨어졌지만 아직 4·5위는 사정권이다. 3위라는 전반기 종료 성적에 비교되는 것이지, 김광현마저 없는 SK의 지금 성적은 팀이 가진 객관적 역량 정도라고 봐야 한다. 시즌 전 전문가들과 팬들의 SK 예상 순위를 생각하면 3위는 지나친 욕심이다.

미리 강조하지만, 세대교체의 발걸음 또한 분명히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옆으로 새고 뒤로 물러섰던 이전과는 느낌과 성과 모두 다르다. 새로운 얼굴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경험을 쌓았다. 이처럼 아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모두 잡으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다방면의 시도는 분명히 구단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세세한 부분을 파고들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성적에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라는 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힐만 감독은 분명 팀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었다. 알게 모르게 단단하던 구도가 깨졌다는 것은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이 실감한다. 왕조와의 작별 원년이다. 몇몇 젊은 선수들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전반기 공신 리스트에 제법 있었다. 앞으로의 위기관리능력이 관건이겠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으로 이미지를 바꿨다는 점은 적잖은 소득이다. 문제는 여전히 아깝게 새는 연체료다. 최근에는 성적에 쫓긴 탓에 더 소홀해졌다.

초반부터 다소 꼬인 선택들이 있었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그랬다. 프런트는 팀 내 유망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자기 떡이 커 보였다. 서진용은 마무리는커녕 풀타임 셋업맨 경력도 없었다. 박승욱은 지난해까지 1군 출전 경력이 52경기에 불과했다. 이재원은 포수로 지난해 첫 풀타임을 보냈을 뿐이었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20대 중·후반의 선수들도 검증이 안 된 선수들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트레이드는 조금 먼 미래를 보고 단행한 감이 있다. 물론 옳고 그름은 3~4년 뒤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지금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 다만 당장만 놓고 보면 2년 계약 코칭스태프에 실탄을 지원해주지 못한 모양새가 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홍구는 군에 가야 한다. 김택형은 올해 뛰지 못한다.

현장도 매끄럽게 관리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들이 몇몇 있다. 유망주들에게는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히려 극한 상황에 밀어 넣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서진용과 박승욱은 큰 내상을 입고 무너졌다. 누가 뭐래도 팀 내 최고 유망주라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팀 성적도 손해, 선수도 손해였다. “부담이 덜한 상황부터 단계를 서서히 밟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된 결과”라는 내부 반성이 지배적이다. 결정권자인 힐만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처럼 비교적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문제점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딱 하나다. 동시다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어서다. 상위권 팀들은 그렇지 않다. 한 명의 유망주가 실수를 해도 나머지 선수들이 든든하게 버틴다. 그 가운데 유망주는 부담을 덜고 성장한다. 팀 전체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SK는 그렇지 않다. 그 실수 하나가 만회할 수 없는 폭탄이 되는 구조다.

아마도 이런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육성과 세대교체에 마법은 없다. 있다면 투자와 시간의 결합이다. 염 단장이 주도한 체계화된 매뉴얼이 SK에 투입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가시적인 성과는 욕심이다. 힐만 감독도 KBO 리그는 첫 해다. 올해 경험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절세 방안에 대한 구단 내부의 재논의는 활발할 수록 좋다. 다만 빠르면 빠를 수록 대권 도전의 시기는 당겨진다. 스타 감독과 단장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은 다 그런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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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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