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굳은 땅' 두산, 부상 악재 속 단단해진 선수층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7.28 05: 50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비에 젖어 질척거리던 흙도 마르면서 단단하게 굳어진다는 뜻으로, 어떤 시련을 겪은 뒤에 더 강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전반기는 험난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진이 흔들렸다. 지난해 두산은 니퍼트(22승)-보우덴(18승)-유희관(15승)-장원준(15승)이 70승을 합작하며 '판타스틱4'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올 시즌 보우덴이 시즌 시작과 함께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두산으로서는 보우덴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 과제가 됐다. 가장 먼저 고원준이 나선 가운데, 김명신, 홍상삼, 박치국, 이영하가 기회를 받았다. 이 중 신인 3인방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김명신은 4월 15일 NC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데뷔 승리를 챙겼고, 박치국은 비록 선발 투수로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투 피치의 한계 속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6년 1차 지명 이영하도 입단 후 수술을 받은 뒤 올해 1군에 처음 올라왔다. 지난 6월 25일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데뷔 후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150km/h대의 강속구를 배짱있게 던지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야수에서도 '재발견'은 이뤄졌다. 주전 외야수 박건우가 허벅지 통증으로 빠진 가운데 선발 출장한 정진호가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를 발판으로 꾸준히 1군에 남게된 정진호는 민병헌이 사구로 손가락 골절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다시 한 번 주전으로 나설 기회를 받았다. 정진호는 민병헌이 빠진 뒤 나선 20경기에서 타율 3할1푼 1홈런 13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주로 테이블세터로 나섰던 그는 출루율 0.400을 기록하면서 민병헌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민병헌과 같은 날 사구로 왼손 새끼 손가락 미세 골절을 당한 양의지의 빈자리를 박세혁이 채웠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에 가려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박세혁은 주전 포수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세혁은 양의지 공백 동안 21경기에 나와 투수와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줌은 물론 타율 2할6푼8리로 준수한 공격력까지 뽐냈다. 특히 경기 중간 공에 맞는 장면이 나왔지만, 통증을 이겨내며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는 등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 속 두산은 전반기 막바지 위기를 잘 넘기고, 후반 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5일과 27일 양의지와 민병헌이 차례로 복귀했고, 7연승을 달렸다.
주전 선수의 복귀로 이들은 다시 백업으로 돌아갈 수 잇다. 그러나 팀 위기 속에서 활약을 펼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만큼, 다음 경기에 나설 때에는 물음표가 아닌 주전 못지 않은 '확신의 카드'로 나설 수 있게 됐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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