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 만난 사람들]'한국 소프트볼 선구자' 꿈꾸는 김은영 KBSA 부회장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25 05: 48

올해 KBO리그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10년 연속 5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2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소프트볼은 야구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여자가 하는 야구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은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부회장은 이런 시각을 바꾸고 싶어한다.
한국 소프트볼 국가대표팀은 지난 6월 일본 히로사키에서 열린 '제6회 동아시아컵 여자소프트볼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했으나 중국과 3~4위 결정전서 10-3 승리로 메달을 걸었다. 이번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의 단장은 김은영 KBSA 부회장이 맡았다.
김은영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야구와 처음으로 연을 맺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2013년 대한야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이병석 국회부의장(당시 새누리당)에게 패하며 낙마했다. 이병석 회장은 취임 직후 '협회에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라는 이유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거듭 고사했으나 남편의 제언을 외면할 수 없던 그는 부회장직을 수락했다.

잠시 협회를 떠났던 그는 지난 2월, KBSA 부회장직을 다시 맡았다. 이번에는 김응용 회장의 러브콜이었다. 이번에는 소프트볼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재선출 이후 첫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었다. 김은영 부회장은 "득점권에서 연속 안타를 터뜨리거나 영건들을 대거 발탁 및 기용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회였다"라고 운을 뗐다. 김 회장은 "소프트볼이 2020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동메달이 목표인데 전망을 밝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국 소프트볼의 한계도 뼈저리게 느낀 기회였다. 김은영 부회장은 "지난 대회가 열린 일본 경기장 이름이 '하루카 유메 스타디움'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소프트볼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도시 전체가 대회 열기로 뜨거울 정도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는 "일본에는 실업 리그가 3부까지 있다. 넓은 풀에서 우수한 자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를 제치고 WBSC 소프트볼 세계 랭킹 1위인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여자 소프트볼 세계 랭킹은 26위. 단순히 순위를 떠나 여건 자체가 다르다. 인천, 광주, 경남, 부산체육회와 대구도시공사가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열악한 수준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정확한 규정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개최국 일본 포함 총 6개국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오는 12월 열릴 아시아 지역 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은영 부회장은 여자 야구 선수들의 전향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자 야구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지만 이는 여자 소프트볼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야기는 다시 원점. 열악한 환경을 바꿔야 한다. 김은영 부회장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다시 부회장직을 맡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김은영 부회장이 느끼는 소프트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함과 짜릿함이다. 김 부회장은 "7이닝 경기다보니 호흡이 짧다. 똑같이 3아웃제임에도 7회까지 2시간을 넘지 않는다.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투수와 포수 사이 거리가 13.11미터로 야구(18.44미터)보다 짧다. 체감 구속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안전을 중시한다. 만일 박한이(삼성)가 소프트볼 경기를 한다면 그는 첫 타석부터 퇴장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라운드 위에서 헬멧을 벗으면 즉각 퇴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1루에서 1루수와 타자의 발이 엉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 '더블 베이스'를 구성했다. 라인 왼쪽 베이스는 수비수가, 오른쪽 베이스는 주자가 밟는다.
김 부회장은 "적어도 야구팬들이 직접 경기를 본다면 아기자기하면서 흥미로운 소프트볼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소프트볼 선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은영 부회장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ing@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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