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 라팍의 프라이드&이재용 부회장의 흔적

[한용섭의 BASE] 라팍의 프라이드&이재용...
[OSEN=한용섭 기자]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파크 1층 중앙 출입구 앞에는 삼성의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가 줄지어...


[OSEN=한용섭 기자]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파크 1층 중앙 출입구 앞에는 삼성의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가 줄지어 전시돼 있다.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을 비롯해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2005년~2006년, 2011년~2014년까지 8차례 우승 역사를 자랑스럽게 알려준다.

트로피 뒤쪽 벽에는 'Pride! We're Samsung Lions!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2010년대 화려했던 삼성 왕조의 기억이 어제처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짧은 시간에 쇠락했다. 지난해 창단 첫 9위를 경험하더니, 올해도 전반기를 9위로 마쳤다. 시즌 초반에는 승률 1할대로 압도적인 최하위 10위에 처져 있다가 지난 6월 21일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지난 23일 LG에 승리하며 한화를 9위로 밀어내고, 올 시즌 93경기 만에 처음으로 8위 자리에 올라섰다.

과거의 영광이 이처럼 빨리 사라질 수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는 라이온즈의 살림살이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프로스포츠 투자 규모가 줄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6년 1월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앞서 삼성그룹은 2014년부터 ‘스포츠 마케팅 효율성 극대화’라는 명분으로 프로스포츠단의 모기업 이관 작업을 시작했다. 2015년 프로축구단 수원삼성을 시작으로 프로농구단(서울삼성), 프로배구단(삼성화재)의 모기업을 제일기획으로 차례차례 옮겼다. 마지막으로 가장 덩치가 큰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해 1월 이관했다.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바뀌며 자생력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지원 축소에 나섰다. 사실 그전부터 삼성그룹의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2015시즌을 마치고 FA 박석민(NC, 96억원)을 잡지 못했다. 지난 겨울에는 최형우(KIA, 100억원)와 차우찬(LG, 95억원)을 떠나 보냈다. 대신 우규민(65억원)과 이원석(27억원)을 영입했지만, 빠져나간 전력 공백을 온전히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이제 삼성 전력은 객관적으로 봐도 하위권이 됐다. 삼성은 2010년대 초반 전력과 비교하면, 막강 불펜을 이끌었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안지만(계약 해지), 권혁(한화) 등 투수진과 타선의 중심이었던 최형우(KIA), 박석민(NC), 채태인(넥센) 등이 지금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전력은 육성과 투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탄탄한 국내 선수층과 외국인 선수의 성공으로 우승의 단맛을 누리면서 육성은 저조했다. 두 번째 이유다. 2010년 이후 삼성의 1차 지명 선수 중 현재 1군에서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는 심창민 혼자다. 유망주 선수들은 여전히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투타 주축들이 줄줄이 빠져나간 자리에 새 얼굴을 채워 넣지 못했다. 타자에서 구자욱, 투수에서 심창민, 장필준 정도다. 착실한 준비 과정 없이 외부 환경에 의해 급작스럽게 주축 선수들이 바뀌면서 팀 컬러도 무색무취가 됐다. 올해를 끝으로 이승엽이 은퇴하면, 라이온즈파크의 티켓파워도 사라진다.


라이온즈파크 곳곳에는 과거 영광의 기억들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그룹의 1인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흔적도 있다.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에서 선수단과 함께 축하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이 우승을 만끽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은 이제 10년이 넘었다.

당시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은 프로야구단에 지대한 관심(지원)을 갖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장을 자주 찾곤 했다. 그러나 팀 성적 하락과 야구단의 제일기획 이관 이후로는 관심도가 떨어졌다. 어쩌면 라이온즈파크가 삼성그룹의 마지막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 라이온즈나 처한 현실은 착잡하다. 푸른 유니폼의 선수들이 환하게 웃을 날이 빨리 올 수 있을까. 올 시즌이 끝나면 이승엽도 은퇴한다.

[사진] 삼성라이온즈파크 1층 입구에 전시돼 있는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첫 번째)

[사진] 삼성라이온즈파크에 걸려 있는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사진, 가운데 빨간 원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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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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