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G리그 도전’ 이대성, '농구판 황재균' 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7.09 06: 25

‘국가대표 가드’ 이대성(27·모비스)이 미국프로농구 도전을 선언했다.
현재 남자농구대표팀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대성은 조만간 신변을 정리한 뒤 미국행에 나선다. 소속팀 모비스에서 이대성은 임의탈퇴 신분이 돼 당분간 프로농구서 보기 어려울 전망. 이대성은 NBA 하부리그 G리그 드래프트를 노린 뒤 한 시즌 동안 부딪쳐본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대성이 시즌 중 KBL 복귀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모비스로 돌아올 수 있다.
▲ 국내에서도 1인자가 아닌 이대성

이대성의 도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농구계에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다. 양동근(36)의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상무까지 다녀온 이대성이 본격적으로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 시점이다. 키퍼 사익스 등 KBL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에게도 NBA 진출은 너무나 거리가 먼 꿈이다. 사실상 한국프로농구도 평정하지 못한 이대성이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긍정적 시선도 있다. 한국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풍족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길들여 지다보니 쉽게 ‘도전’하는 선수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서 적당히 해도 수 억 원대 연봉을 챙길 수 있는데 굳이 해외로 나가려는 선수는 거의 없다. 이대성은 프로에서 받은 연봉을 다시 자기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G리그에 가도 한국에서 받는 연봉보다 훨씬 수익이 적다. 돈보다는 도전을 택한 셈이다.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추구하는 이대성은 다른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모비스도 고민이 많았다. 김효범의 은퇴로 모비스는 선수단 15명으로 차기 시즌 구상을 끝냈다. 이대성이 이탈한다면 새로운 선수를 한 명 영입해야 한다. 이대성의 도전정신은 존중하지만, ‘플랜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성은 다음 시즌 모비스와 보수 6천만 원에 계약한 상태다. 물론 임의탈퇴 신분이 되면 약속된 보수는 받을 수 없다.
모비스 관계자는 “이대성이 벌어놓은 돈도 거의 없다. 집안형편도 풍족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은 무모할 수 있다. 이대성 본인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보내주기로 했다. 다만 끝까지 해보고 ‘안 되겠다’ 싶을 때는 눈치 보지 말고 돌아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 국가대표팀 하차도 불가피
이대성이 G리그 진출을 원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미국으로 출국해 훈련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낫다. 10월 뉴욕에서 실시되는 G리그 드래프트서 지명되기 위해서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 선수라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미국무대서 이대성은 철저히 무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대성은 미국무대서 신체적으로 큰 장점이 없는 선수고, 가장 치열한 가드 포지션에서 싸워야 한다. 동양인 선수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까지 깨야 한다.
현재 이대성은 남자농구대표팀에서 훈련하고 있다. 허재 감독은 7월 존스컵은 물론 8월 아시아컵까지 이대성을 데려갈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성은 하루 빨리 국내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대성이 이탈한다면 가뜩이나 장신가드가 없는 대표팀 전력은 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몸이 좋은 선수도 이대성이다.
이대성은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 가서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싶다. 지난 동아시아 선수권 때 ‘내가 또 언제 태극마크를 달아 보겠나’ 싶어서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뛰었다”며 아시아컵 불참을 시사했다. 허재 감독은 이대성의 도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를 아시아컵 로스터에서 배제할 것인지는 아직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 궁극적인 목표는 NBA 도전
이대성은 자비로 미국연수를 가서 미국선수들과 부딪쳐보고 ‘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미국코치들도 그의 G리그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가 미국무대에 진출하려면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서 활약하는 황재균은 빅리그 첫 경기서 홈런을 쳐서 감동을 자아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거의 접고 옵트아웃선언으로 국내복귀를 하려는 찰나 황재균은 극적으로 콜업돼 기회를 얻었다. 지난 5개월간 마이너리그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묵묵히 노력한 결과였다.
과연 이대성이 황재균처럼 G리그에서 활약해 NBA 유니폼을 입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농구는 야구에 비해 훨씬 힘들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와 총액 310만 달러(MLB 로스터 진입시 보장 150만 달러, 인센티브 16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을 맺고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처음부터 황재균에게 높은 관심이 있었던 것이 계약의 출발점이었다. 황재균은 이미 한국프로야구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스타였다. 강정호를 계기로 한국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직행해도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나온 상황이었다.
G리그도 각각 2~3개의 NBA팀과 관계를 맺고 유망주를 활발하게 주고 받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처럼 자기 팀의 유망주들을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G리그서 콜업돼 NBA에서 살아남는 선수는 1년에 한 명 나오기도 힘들다. 설상가상 야구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40인 확장 로스터를 두지만, 농구는 뛸 자리가 더 좁다. 이대성이 LA 디펜더스에서 뛴다 해도 연계팀 레이커스가 그에게 흥미를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대성이 시즌 중 콜업돼 NBA를 밟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 말이다.
황재균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의 도전정신이다. 황재균은 국내에서 4년 총액 70억 원 이상의 거액 제안을 거절하고 미국에서 도전했다. 처음에는 ‘몸값을 더 부풀리기 위한 의도’ 또는 ‘미국에서 곧 망하고 한국에 올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황재균은 마이너리그서 묵묵히 땀을 흘려 진심을 인정받았다. 이대성 역시 최소 1년은 미국에서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대성은 “처음에 올 시즌 NBA서머리그서 뛰어보자는 제안도 받았다.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거절했다. G리그서 드래프트 될 확률은 높다고 들었다. G리그에서 한 시즌 부딪쳐본 뒤 내년 여름 NBA서머리그에 도전하겠다. 궁극적인 목표는 NBA에서 뛰는 것이다. 일단은 방성윤, 하승진 형에 이어 한국인 세 번째 G리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대성의 도전, 실패는 없다!
이대성이 미국무대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조 잭슨, 키퍼 사익스 등 NBA를 꿈꾸는 젊은 선수들도 G리그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해외리그를 선택했다. KBL에서 슈퍼스타급으로 활약했던 그 선수들도 미국무대에서 한 없이 작아 보였던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미국농구에는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너무나 많다. 미국대학을 경험했다지만 디비전2에서 활약한 이대성에게 그 벽은 더 높을 것이다. 농구 외적인 언어, 문화의 차이도 대단히 크다.
하지만 이대성의 도전정신까지 폄훼를 받을 이유는 없다. 항상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자만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 이대성이 미국무대 도전을 계기로 더 성숙해지고, 기량이 향상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G리그 주전, NBA 입성 등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고 그의 도전을 실패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한국농구는 2006년 하승진 이후 NBA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현실에 안주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영원히 NBA선수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 또 후배들이 계속 도전한다면 언젠가는 다시 한국인 NBA선수가 나올 수 있다. 가능성 0%와 0.001%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대성의 도전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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