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아듀! 포항 사나이' 제2구장에 얽힌 이야기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06 05: 41

'포항 사나이' 이승엽(41·삼성)이 영일만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제 이승엽의 '포항 전설'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
이승엽은 6일 포항야구장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을 앞두고 있다. 이는 삼성의 올 시즌 마지막 포항경기. 시즌 종료와 함께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을 포항에서 보는 것도 이날이 마지막이다.
이승엽의 포항구장 성적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승엽은 포항구장서 통산 38경기를 뛰었는데 타율 3할6푼2리(141타수 51안타), 15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와 홈런, 타점 모두 단연 1위. 포항구장 홈런 2위가 5개를 때린 박석민(NC), 야마이코 나바로(前 삼성)임을 감안하면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 때문에 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포항을 홈구장으로 옮기는 게 어떤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이승엽의 은퇴 시즌. 그 찬란했던 커리어에 포항구장은 행복한 한 페이지로 남을 전망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일부는 '제2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2시즌부터 포항구장에서 경기를 열었던 삼성 외에도 롯데(울산 문수야구장), 한화(청주구장)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프로야구를 접하기 힘든 지역의 팬들에게 다가간다는 취지로 제2구장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홈 경기 중 일부를 제2구장 경기로 배정하며 야구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제2구장 경기는 대부분 매진되며 그 열기를 짐작케 한다.
▲ 제2구장은 홈팀에 미소를 보낸다
현재까지 제2구장으로 쓰이는 곳 중 역사가 가장 깊은 곳은 단연 청주야구장. 한화는 1986년부터 청주야구장에서 일부 홈 경기를 치렀다. 삼성은 2012시즌, 롯데는 2014시즌부터 제2구장에서 1군 경기를 치렀다.
2012시즌부터 살펴보면, 제2구장은 홈팀에 미소를 보냈다. 삼성은 포항에서 치른 43경기 중 33경기를 이겼다. 승률은 7할6푼7리. 같은 기간 삼성의 전체 승률이 5할5푼8리임을 감안하면, 2할 이상이나 높아진다.
롯데 역시 2014시즌부터 울산서 26경기를 치렀는데 15승11패, 승률 5할7푼7리로 재미를 봤다. 같은 기간 롯데의 전체 승률은 4할6푼1리, 역시 1할 가까이 차이난다.
2007시즌부터 따지면 한화는 청주구장 69경기서 33승36패, 승률 4할7푼8리를 기록했다. 5할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화는 같은 기간 전체 승률 4할3푼을 기록 중이다. 역시 제2구장 성적이 조금 더 좋은 편이다.
다만, 2012시즌부터 따지자면 청주구장에서 32경기 11승21패, 승률 3할4푼4리로 좋지 못했다. 2013시즌에는 세 경기 전패를 당하는 등 쓴잔을 들이켰다.
롯데와 한화는 포항이라면 학을 뗀다. 롯데와 한화는 '포항 매치업'의 맞상대로 가장 많이 호출됐다. 두 팀 모두 11경기를 치렀는데 승률은 바닥이다. 한화는 11경기 3승8패, 승률 2할7푼3리를 기록 중이다. 롯데는 11경기 2승9패, 승률 1할8푼2리로 더욱 나쁘다. 또한 롯데는 포항에서 대기록을 허용하기도 했다. 2015년 6월 3일, 이승엽은 통산 400홈런을 포항구장서 때려냈는데 그 상대가 롯데였다.
롯데는 울산 경기에서 대부분의 팀들을 고루 만났다. LG가 2경기서 2패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팀들은 모두 1승 이상씩을 기록했다. NC와 KIA는 울산서 치른 3경기를 2승1패, 위닝 시리즈로 가져가며 롯데에 아픔을 안겼다.
▲ 제2구장이 낳은 스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승엽은 포항구장에서 극강의 모습을 뽐내며 '영일만 사나이'로 등극했다. 이승엽 본인도 "타격감이 떨어지면 포항에서 특타해야겠다"라는 농담할만큼 자신감이 있다.
마운드의 포항 사나이는 단연 윤성환이다. 윤성환은 포항구장서 9경기 등판해 63이닝을 소화하며 8승1패,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했다. 불펜투수 심창민 역시 포항구장서 22경기 등판, 26⅓이닝을 던지며 6승1패7홀드,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했다. 삼성 팬들에게는 '포항구장+윤성환 선발+심창민 등판+이승엽 홈런'이 승리 공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수야구장서 강세를 띈 건 조쉬 린드블럼(前 롯데)이다. 린드블럼은 울산서 4경기에 등판해 29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의 토종 에이스 송승준은 울산구장 5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18⅓이닝 투구에 그치며 1승2패, 평균자책점 6.38로 부진했다.
청주의 사나이는 단연 정근우와 이용규다. 이들은 2014시즌을 앞두고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때부터 청주만 가면 날뛰었다. 정근우는 18경기서 타율 4할4푼3리(70타수 31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이용규 역시 15경기서 타율 4할1푼9리(62타수 26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 단 하나의 아쉬움. 관리의 중요성
그러나 제2구장 경기는 한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방문 팀들에게 더욱 그렇다. 바로 관리의 중요성이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kt는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포항 원정을 다녀왔다. 성적은 1승2패. 그러나 김진욱 kt 감독은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포항 마운드는 경사가 급하다. 자주 사용하지 않고 관리가 덜 되는 구장이라 상태도 좋지 않다"라고 운을 뗐다. 15일 경기 선발투수였던 라이언 피어밴드는 6이닝 5실점 3자책으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피어밴드의 투구를 두고 "본인도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투수들은 작은 것에도 예민하다. 낯선 마운드에서 안쓰던 근육을 쓰면 통증도 올 수 있다. 평소와 같이 공을 던졌는데 안들어가니 당황했을 것이다"라며 "그래도 일년에 몇 차례 경기를 치르는 홈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원정 선수들의 차이는 분명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라운드 밖도 관리의 절실함은 마찬가지다. 청주구장은 1986년부터 1군 경기를 치렀다. 노후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몇 차례 리모델링 과정을 거쳤으나 여전히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현실이다.
'제2의 포항 이승엽'을 만나기 위해서 1군 경기 유치 수준의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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