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커피 한 잔①] 송일국 "아내는 내 최고의 매니저, 늘 적극적으로 지지"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6.23 07: 58

소극장 공연에 대한 갈망이 있을 때, 거짓말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작품이 바로 연극 '대학살의 신'이었다. 아내를 비롯한 지인들의 적극적인 추전도 있었다. 송일국은 이 모든 것에 감사해하며 시종일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배우로서 늘 고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송일국이기에 이번 '대학살의 신' 역시 기대가 커진다. 
송일국은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미셸 역을 맡아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와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다. 
'대학살의 신'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위선으로 가득 찬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일국이 연기하는 미셸은 맞아서 이가 부러진 아이의 아빠다.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으로, 작가이자 소위 배운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다. 평화주의자인 척 하고, 매사를 엄마에게 상의하는 마마보이이기도 하다. 

연극 '나는 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세 번째 무대에 서게 된 송일국을 최근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송일국은 소극장 연극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 "사실은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었고, 주변에서도 가벼운 터치의 공연을 하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될거라는 얘기를 하셨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알맞은 타이밍에 이 공연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알렝 역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미셸을 연기하게 된 송일국은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런 송일국에 대해 김태훈 연출은 "외적으로 보면 알렝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하더라. 실제로 처음 뵈었을 때 미셸과 좀 더 가까웠고, 실제 생활도 그런 것 같다.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가 많이 난다"라고 캐스팅을 한 이유를 밝혔다. 송일국을 보고는 첫 마디에 "당신이네"라는 말을 했다고. 
이는 송일국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줬다는 아내에 대해 송일국은 "최고의 매니저"라며 "연예계 관련해서 서치도 많이 하고, 함께 대화도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오로지 보여지는 비주얼에 마음이 혹했다면 '나는 너다'를 하면서 진정한 배우 예술을 하게 됐고 배우로서 거듭이 났다. 그 때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추천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도 서게 됐다. 또 마침 제가 원하던 이 작품(대학살의 신)도 하게 됐다. 딱 가벼운 터치의 소극장 연극을 하고 팠는데 거짓말처럼 들어왔다. 아내가 '당신은 누가 커리큘럼을 짜주는 것 같다. 배우로서 잘 이끌어가는 것 같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원캐스트로 진행되는 4인극이다 보니 배우들끼리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데, 한 명이라도 움직임이 틀어지면 세 사람이 영향을 받아 동선이 뒤죽박죽이 된다고. "지금까지 이런 작품을 해본 적이 없다. 이제껏 나만 잘하면 되는 작품들이거나 길이 있어서 그 길대로만 가면 되는 걸 해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답이 없더라. 런을 돌면서 한 번도 똑같았던 적이 없다. 매번 바뀌고, 원점으로 돌아오고를 반복한다. 배우들과의 호흡과 넓은 시야를 배우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대본에 받아적는 건 포기한 지 오래. 그는 "걱정 많이 된다. 소극장은 처음이라 두려움이 있다. 관객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쩌나, 마이크 없이 처음으로 육성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톤 조정을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도 된다. 지금은 무대에 서봐야 알 것 같다"고 긴장되는 속내를 고백했다. 
또한 평소 목소리가 크기는 하지만 무대 연기에 필요한 발성은 다르다는 것을 연습을 하면서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를 할 때는 마이크를 쓰다 보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연극은 그렇지가 않다. 연습한 걸 촬영해서 보면 제가 다른 세 분보다 목소리가 크긴 하다. 하지만 세 분이 더 명확하게 들린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곳에 힘을 실어야 하는데 저는 엉뚱한 곳에 힘이 들어가더라. 관객들에게 연기 감정, 대사 전달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라고 자신의 단점과 고민하는 바를 정확하게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송일국은 "어렸을 때 제 여동생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 부모님과 만나는 상황이 있었다. 다른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 때 기억은 생상하다. 부모들끼리 만날 때의 그 긴장되는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라며 극 속에 나오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캐릭터에 푹 빠져있는 듯 했다. "이전과는 다른 에너지 있는 미셸을 보게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이 괜한 자신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인터뷰②로 계속) /parkjy@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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