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베테랑' 송승준이 내려놓은 세 가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23 05: 32

남들은 '이제 끝났다'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그 시선을 바꿔냈다. 단순히 바꾼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회춘한 모습이다. 올 시즌 팀의 승리 요정으로 자리매김한 롯데 송승준(37) 이야기다.
송승준은 지난 21일 수원 kt전에 선발등판,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5승 째를 따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던 송승준은 열흘 만의 복귀전서 팀의 6연패 뒤 2연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송승준은 KBO리그 통산 98승을 달성하게 됐다. 100승까지 단 2승만을 남겨뒀다.

# 대기록 욕심
22일 수원 kt전에 앞서 만난 송승준은 '통산 100승' 이야기가 나오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마이너리그 시절 포함하면 100승은 이미 달성했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송승준은 6연패 뒤 1승을 따낸 상황에서 호조를 이어갔다는 점에 만족했다. 하락세에 빠진 롯데도 kt 상대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송승준이 2승을 더하면 KBO리그 통산 100승 고지를 넘은 28번째 선수가 된다. 하지만 '미국 리턴파' 중에서는 최초다. 송승준도 이 점에는 의미를 뒀다. 송승준은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이 나이까지 꾸준히 던졌다면 이미 달성했을 기록이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한국으로 돌아와 '야구를 더 할 수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내가 만든 기록이라면, 조금 남다를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송승준은 또 하나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승 투수다. 현재 송승준은 윤학길(117승), 손민한(103승)에 이어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손민한 추월도 어렵지 않다. 부상이 없다는 전제로 다음 시즌, 늦어도 그 다음 시즌에는 윤학길 한화 투수코치가 세운 아성에도 도전 가능하다.
송승준은 "기록 욕심은 버렸다. 승리라는 건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매 경기 아프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면 상상도 못한 기록도 이룰 거라고 믿는다"라며 "사실 기록 욕심 없는 선수가 어디있겠나.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잘 안 풀렸다. 그 경험 때문에 통산 100승이나 롯데 최다승 투수 욕심 모두 버렸다"라며 미소지었다.
# 자존심
송승준은 21일 수원 kt전 승리투수가 된 후 "(박)세웅이처럼 6~7이닝 소화해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소감을 드러냈다. 이닝 소화야 선발투수의 역할이자 목표지만, 굳이 박세웅을 언급한 것이다.
송승준은 "세웅이는 우리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다. 야구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하는 스포츠다. 최고참이든 막내든 실력 좋은 투수처럼 던지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팀에 슬라이더로 정평이 난 (윤)길현이가 있지 않나. 그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사실 처음에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다가가기 어렵다. 그 자존심을 한 번만 내려놓으면 개인 성적이 좋아진다. 자연히 팀 성적도 오를 테고. 안 물어볼 이유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송승준이 생각하는 '강팀'은 바로 이러한 소통이 원활한 팀이다. 송승준은 "잘 되는 팀을 보면 꼭 이런 조언과 공유가 적극적으로 오고간다. 야구를 잘하는 후배가 있다면, 부끄러워도 기술적으로 조언을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철학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선후배를 떠나 팀 동료다. 프로에 입단한 이상 남들보다 좋은 점 하나씩은 갖고 있다. 그런 점을 공유한다면 팀 전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리 팀 선수들에게 이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굳이 세웅이 이름을 언급했다"라고 강조했다.
# 선발투수 욕심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송승준. 하지만 후배 입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다. 박세웅은 '송승준이 박세웅에게 많이 배운다'는 얘기를 듣고 펄쩍 뛰며 "무슨 말인가. 내가 (송)승준 선배에게 배운다는 말을 잘못 한 거 아닌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박세웅은 "얼마나 대단한 선배인가. 지난해 잠깐 주춤하셨지만 그 전까지 승준 선배가 아픈 걸 본 적이 없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것부터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 심지어 '자이언츠 에이스'로서의 태도까지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라며 "더그아웃에 승준 선배가 계실 때와 아닐 때 차이가 크다. 존재 자체만으로 감사하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박세웅의 말처럼 송승준은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박세웅과 박진형, 김원중 등 '영건 3인방'은 송승준의 애제자다. 이들은 난타 당한 다음날이면 꼭 송승준을 찾아 "슬럼프가 온 것 같다.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송승준은 그럴 때면 자신의 경험을 전해준다. 조언이라기보다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 송승준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 방법이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늘 정답은 아니니까 한 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버리라고 당부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송승준은 한 가지 바람을 드러냈다. 송승준은 2000년대 후반, 장원준(두산), 조정훈과 함께 롯데 토종 선발진을 구성했다. 당시 이들은 승수를 걸고 내기를 하는 등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송승준은 "세웅이를 필두로 원중이, 진형이가 이런 경쟁구도를 그렸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 분명 좋은 자극이 된다.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나 정신적인 부분 모두에서 발전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시너지 효과다"라고 설명했다.
만일 이들이 어엿한 선발투수로 성장한다면 송승준의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송승준은 "내가 실력이 부족하면 선발진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 역시 자극을 받아 더 노력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팀 전체가 강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송승준이 놓지 못한 한 가지 '롯부심'
엄밀히 따지면 송승준은 박세웅, 김원중 등과 나란히 선 한 명의 선수이자 경쟁자다. 그럼에도 송승준이 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롯데의 미래를 그리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세웅이, 원중이, 진형이가 자리를 잡으면 롯데는 15년 동안 선발진 고민이 없어진다. 그야말로 강팀이 되는 것이다"라며 밝게 웃었다. 선수 한 명이 팀의 15년 뒤 미래까지 꿈꾸고 있는 것이다.
송승준은 '롯부심(롯데+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인터뷰마다 '롯데 우승'에 대한 염원을 드러낸다. 이날도 마찬가지. 송승준은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1992년 우승 당시 야구장에 있었다. 누구보다 롯데의 우승을 바란다. 선수생활 끝나는 순간까지 한 번은 정상에 오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만큼 최근의 팀 성적 탓에 팬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한다. 송승준은 "롯데는 2012년 이후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했다. 마지막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고참으로서 팬들에게 너무 죄송스럽다. 팬들이 얼마나 가을야구를 갈망하는지 알기 때문이다"라고 고개 숙였다.
이어 송승준은 "지난 주말, 감독님을 비롯해 (이)대호와 (최)준석이가 삭발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팀 전체가 강한 의지로 뭉쳐있다. 이제 분위기를 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늘 그리는 우승의 순간. 정작 송승준이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은 울상이다. 송승준은 "그야말로 펑펑 울 것 같다. 창피해도 어떤가. 인생의 목표가 이뤄지는 건데"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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