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회복’ 매커친-리조, 새 타순서 대폭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2 05: 54

앤드루 매커친(31·피츠버그)과 앤서니 리조(28·시카고 컵스)는 각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들이다. 전국구 선수로도 이름을 날린다. 매커친은 총 5차례, 리조는 총 3차례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런 두 선수는 올 시즌 초반이 부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시작된 매커친은 개인 최악의 시즌이 우려됐을 정도였다. 리조 또한 좀처럼 2할대 초반의 타율을 벗어나지 못하며 약해진 컵스 타선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매커친의 4월 타율은 2할4푼4리에 불과했다. 반등을 기다렸지만 5월 타율은 2할6리로 더 떨어졌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2013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처참한 몰락이었다. 지난해 생애 최고 OPS(출루율+장타율)인 0.928을 기록했던 리조 또한 5월 한 달간 타율이 1할9푼4리에 머물렀다. 5월이 끝났을 때 리조의 타율은 2할2푼7리, OPS는 0.810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두 선수의 방망이가 최근 들어 불을 뿜고 있다. 공교롭게도 새로운 타순이 옷에 잘 맞는 모습이다. 매커친은 6번으로 간 뒤 완전히 살아났다. 6월 들어 타격감 상승을 알린 리조는 자신을 리드오프로 이동시킨 벤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매커친의 반전은 극적이다. 매커친은 프로 데뷔 후 5번 밑의 타순에 들어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선발 출전 기준). 주로 3~5번을 쳤고, 때로는 1~2번에 전진배치되기도 했다. 6번 타순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굴욕이라고도 할 만 했다. 하지만 매커친은 6번 타순 이동에 대한 불만 대신 오히려 설렘을 드러내며 반등을 다짐했다.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매커친은 6번 타순으로 고정되기 전인 시즌 첫 46경기에서 타율 2할3리, OPS 0.634를 기록했다. 그런데 6번으로 타순을 옮긴 뒤 23경기에서는 타율 4할, OPS 1.239, 8홈런, 23타점으로 자신의 명성을 완전히 되찾았다.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나가는 공에 손을 대지 않는 선구안이 좋아진데다, 타구의 질까지 향상돼 장타가 많아졌다. 23경기에서 터뜨린 홈런만 8개다.
6월 들어 제 페이스를 찾고 있었던 리조도 1번이 자신과 맞는 옷임을 과시 중이다. 컵스는 올 시즌 카일 슈와버를 1번 타자로 낙점했으나 처절한 실패를 맛봤고 이번에는 리조 카드를 집어들었다. 6월 들어 리조가 좋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 임시 기용이었다. 그런데 리조는 1번 타자로 출전한 7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 OPS 1.469, 4홈런, 10타점으로 대폭발했다.
특히 리드오프 홈런을 3개나 터뜨리는 등 1회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기선제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MLB에서도 ‘강한 2번’은 대세론으로 굳어졌으나, 리조와 같은 핵심 중심타자를 1번에 놓는 것은 사실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1번 자리에서 맹활약함에 따라 당분간은 이 타순에서 더 경기를 소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선수의 반등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전체에도 파급력이 있다. 현재 밀워키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컵스와 3위 피츠버그, 그리고 4위 세인트루이스까지 승차가 크지 않다. 밀워키와 세인트루이스의 승차는 단 4경기. 남은 경기를 고려했을 때 지금 순위가 거꾸로 뒤집힌다고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해적 선장이 살아난 피츠버그, 리그 최고의(?) 1번 타자를 갖춘 컵스의 반등이 기대를 모은다. /skullboy@osen.co.kr
[사진] 리조(왼쪽)-매커친.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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