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대승에도 안타까운 전북과 최강희 감독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6.18 07: 14

전북 현대 선수들과 최강희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더비 대승에도 전혀 웃지 못했다. 오히려 안타까움만 묻어 나왔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지난 17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호남더비’ 전남 드래곤즈와 원정경기서 3-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8승4무2패(승점 28)를 기록했다, 같은 날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2대1로 승리해 2위로 올라선 울산(승점 25)와 경기를 하지 않은 제주(승점 23점)에 앞서며 리그 선두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날 전북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전남을 놀라게 했다. 전북은 날카로운 패스와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전반에만 세 골을 넣으며 압도했다. 달라진 전북을 보고 전남 축구단 관계자들이 놀랐을 정도.
이날 전북 선수들은 제대로 결심을 한 것처럼 보였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선수단이 달라지게 마음을 먹을 이유가 있었다. 지난 16일 전북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와 10년간 동고동락하던 전 스카우터 A씨(50)가 전주월드컵 경기장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모든 전북 관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A씨는 K리그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사건 직후 직무정지당한 그는 팀을 떠난 상황이었다. 조사 결과 검찰과 경찰은 “A씨는 14일 최강희 감독을 만난다고 말한 이후 잠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을 둘러싼 여러 가지 추측과 소문들로 자칫 팀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는 오히려 하나로 뭉쳤다. 경기력이 보여주듯 선수단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계기로 삼았다. 경기에서와 달리 전북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은 A씨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혀 감추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 역시 경기 직전 인터뷰서 사건에 대해 함부로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사건에 관련된 이야기는 경기 직후에 밝히겠다”고 어렵게 이야기했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 들어선 최강희 감독의 표정은 흡사 패장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굳은 표정의 최강희 감독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질문에 나지막히 심경과 경황을 이야기했다.
최강희 감독은 “수사 결과 경찰한테 그대로 이야기했다. A씨와 13일에 만났다. 경찰이 강조하는 14일에는 다른 사람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만나고 하는 것은 후에 밝혀지고, 알려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할 것 같다. 저도 지금 뭐라 말하기 어려운 심경이다. 이해해 달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16일 A 씨의 빈소에 전북 단장과 부단장을 포함한 고위층 인사들이 모두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전북 관계자는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도 경기가 끝나고 나서 개인적으로 빈소를 방문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강희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나고 나서 개인적으로 A씨의 빈소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전북 구단의 심정이 느껴졌다. 절친한 최강희 감독의 구구절절한 심정부터 코칭 스태프나 선수단의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mcadoo@osen.co.kr
[사진] 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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