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명민 "반복하고 싶은 '하루' 없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8 10: 57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에서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접하고 괴로워하는 준영을 연기하는 것은 이른바 ‘연기 본좌’ 김명민에게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현장의 여건상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는 것이 아닌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몰아서 촬영해야만 했고, 오직 감정적 본능에만 의지한 채 연기해야 했다고.
김명민도 “내 연기 인생 처음”이라고 전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촬영이었지만 딸의 죽음을 직면한 당황스러움과 사고를 막지 못한 고통, 절망, 죄책감 등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감정의 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능수능란한 연기에 감독과 스태프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한계 없는 연기력을 선보인 김명민의 열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김명민은 8일 오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슷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찍어서 너무 헷갈렸다. 첫 날 한 장면을 찍고, 이튿날, 셋째날, 그리고 일곱째 날까지 몰아서 다 찍었다”라며 “이후 공항에서 4~5일 동안 달리는 무빙 워크 장면만 촬영했는데, 한 장면당 9번 정도의 테이크를 가기도 했다. 보조 출연자의 위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김명민은 “관객들이 보시기에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 저희들끼리 노력을 많이 했다. 보조 출연자들도 똑같은 위치에서 연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그 합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그런 것들이 굉장히 까다로웠다”고 연기적 고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명민은 “현장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과 숱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시나리오상과 연기를 하는 실전에 있어서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황적인 부분들을 맞추는 게 참 어렵다. 뒷부분을 먼저 찍을 때는 앞부분을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지도 미리 따져가며 고민을 많이 했다. 재촬영 같은 것은 안했다”고 부연했다. 그의 연기적 감각과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날 ‘반복하고 싶은 하루가 있느냐’는 질문에 “좋든 나쁘든 반복하고 싶은 ‘하루’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사는 게 목표인 김명민다운 답변이었다. 그의 놀라운 연기 본능과 겸손이 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딸의 사고 현장에 1분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속도 위반을 하고, 역주행까지 하는 과감한 카 체이싱 장면 후 김명민은 감정 연기에 들어갔고, 안타까운 아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딸을 구하러 일찍 도착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을 본능적으로 표현해낸 것. 촬영이 끝났을 때, 김명민 눈에 실핏줄이 터진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김명민은 "자연스럽게 나온 연기였다. 신인 시절, 제가 드라마 촬영장에 가져 가야할 안경을 잃어버렸던 적이 있는데 당시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제 뺨을 때렸다"며 "내 자신이 너무 싫고 미웠다. 얼굴을 치면서 스스로 욕을 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정신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 자신에게 관대한 게 싫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CGV 아트하우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