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외인 덕분? 때문?' 구단별 외인 투수 의존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06 05: 45

'선두권' KIA-NC, 외인 투수로 신바람 
토종 선발 승률 1위 롯데, 외인 승률 꼴찌로 엇박자 
'외국인 농사가 한 시즌을 좌우한다'는 말은 이제 정설처럼 퍼져있다. 외국인 선수 카드 세 장을 어떤 선수에게 할애하느냐는 그 시즌 성적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동일한 포지션으로 세 명을 모두 기용할 수 없는 규정 탓에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은 모두 투수 2명과 타자 1명에게 외인 슬롯을 썼다. 그리고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모두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5선발 체제에서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하게 계산해도 40%다. 거기에 팀 분위기 등 기록 이상의 요소까지 따진다면 그 가치는 몇 배로 뛴다. 과연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외국인 투수 농사에 성공한 팀은 어디일까.
▲ 리그 1~2위 KIA-NC, 외인 투수도 잘 뽑았다
올 시즌 외국인 투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팀은 단연 KIA다. KIA는 지난해 팀의 와일드카드 진출에 기여했던 헥터 노에시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확정했다. 거기에 지크 스프루일을 대신해 팻딘을 영입하며 투수진 조각을 마쳤다.
효과는 대박이다. 올 시즌 KIA가 치른 56경기 중 외국인 투수들은 22경기(헥터 팻딘 각 11경기)를 책임졌다. 헥터와 팻딘은 1군 말소 없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팀이 거둔 36승 중 외국인 선수들이 책임진 건 12승이다. 거기에 국내 선수들까지 34경기서 19승15패(승률 5할5푼9리, 2위)로 순항하니 바랄 게 없다.
찬찬히 뜯어보면 그 진가는 더 대단하다. 올 시즌 헥터는 11경기서 8승을 기록했다. 헥터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던 세 경기 중에서 KIA가 패했던 건 단 한 차례. 헥터가 등판한 11경기 중 무려 10승을 챙겼다. 팻딘 역시 본인이 챙긴 승수는 4승이지만 본인이 등판한 경기에서 팀은 7승4패로 순항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소화한 이닝 역시 148⅓이닝으로 리그 1위다. 이는 KIA 팀 전체 투수 이닝의 29.4%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은 이닝(206⅔이닝)을 책임졌던 헥터는 올해도 외국인 선수 중 이닝 소화 1위(78⅔이닝)에 오를 만큼 꾸준함을 자랑하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 역시 "헥터에게 기대는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NC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올 시즌도 대박이다. 7경기에 등판해 전승을 거둔 '에이스' 제프 맨쉽이 5월 중순께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외인 투수가 거둔 승리는 13승. 리그 1위다. 오히려 KIA보다 1승을 더 챙겼다.
물론 시즌 초, 맨쉽이 '승리요정'이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페이스를 자랑했던 것도 있지만 '5년차' 에릭 해커 역시 6승2패로 제몫을 다했다. NC는 해커가 등판한 11경기서도 9승2패로 재미를 봤다.
▲ '구관이 명관' 두산-SK
두산도 더스틴 니퍼트 혼자 분전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판타스틱4'를 구성했던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과 재계약했다. 그러나 보우덴이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두 차례 등판해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11은 보우덴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니퍼트는 11경기에 등판해 7승3패,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 중이다. 두산이 어느덧 리그 3위까지 올라온 데는 니퍼트의 역할이 컸다. 거기에 보우덴이 가세한다면 두산은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보우덴이 빠르면 6월말에서 7월초 사이 돌아올 전망이다"라고 언급했다.
SK도 메릴 켈리가 고군분투 중이다. 켈리는 올 시즌 12경기에 선발등판, 6승3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 중이다. 3~4월에는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6경기 2승4패에 그쳤으나 이후 6경기에서 패가 없다.
SK는 이제 켈리의 '파트너' 스캇 다이아몬드가 치고 올라오길 바라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시즌 초 개인사와 잦은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SK는 믿음을 보냈고 다이아몬드는 지난 1일 수원 kt전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32일만의 복귀전에서 따낸 값진 승리였다.
▲ '반등 요소 충분!' LG-넥센-kt
LG는 이제 치고 올라갈 준비 중이다. 지난해 후반기 합류해 7승2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활약했다. LG의 4위 도약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는 시작이 아쉬웠다. 시범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입으며 4월을 통째로 걸렀다. 5월 중순에 첫 등판했지만 첫 3경기(2경기 선발)에서 3패를 떠안았다.
그러나 차츰 좋아지는 모습. 지난 1일 잠실 넥센전에서는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따내기 이르렀다. 양상문 LG 감독도 "허프는 서너 차례 등판하면 좋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대로 반등해줬다"라며 그를 칭찬했다. 허프가 빠진 사이 호투하던 헨리 소사도 약간의 슬럼프를 겪었지만 벗어나는 모양새다.
넥센은 올 시즌 도중 외국인 투수를 교체한 유일한 팀이다. "내가 등판하는 날 불펜투수들을 쉬게 하겠다"던 션 오설리반은 3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15.75를 기록하고 일찌감치 짐을 쌌다. 대체 선수로 들어온 제이크 브리검은 낮은 몸값(45만 달러)에 기대가 높지 않았지만 4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순항 중이다.
문제는 앤디 밴헤켄이다. 밴헤켄은 어깨 부상 탓에 지난달 13일 1군에서 말소됐다. 약 4주 가까이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번 주말쯤 등판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헤켄이 돌아온다면 브리검과 함께 넥센이 그토록 바라던 '원투펀치'를 갖게 될 전망이다. 그 사이 토종 선발진도 42경기서 21승20패1무로 잘 버텨주고 있다.
kt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면 가장 아찔했을 팀이다. 올 시즌 kt는 토종 선발투수가 등판한 36경기에서 12승24패, 승률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kt가 중위권과 격차가 확 벌어지지 않은 건 외국인 선수들 덕분이다.
kt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등판한 20경기서 12승8패를 거뒀다. 시즌 초반 맹활약했던 라이언 피어밴드는 장꼬임 증세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걸렀다. 그리고 3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7승을 따내며 다승 공동 2위, 다시 경쟁에 불을 지폈다.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돈 로치도 이번 주말쯤 1군 콜업이 예상된다.
▲ '시작은 미약했는데 끝은?' 한화-삼성
한화와 삼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외인 원투펀치를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로 꾸렸다. 두 선수의 몸값을 합치면 330만 달러(약 37억 원). KBO리그 최고 수준이자 보기 드물게 과감한 투자였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 이하다. 한화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등판한 18경기서 8승10패, 승률 4할4푼4리로 재미를 못 봤다. 오간도는 11경기서 5승4패, 평균자책점 3.17로 버텨주고 있다. 하지만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7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한 뒤 왼 소지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 리그를 달군 벤치클리어링 여파다. 이번 주말께 복귀가 예정된 상황. 비야누에바의 반등이 필요하다.
삼성은 몸값과 성적이 반비례하고 있다. 삼성은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페트릭을 새로이 영입했다. 레나도에게는 105만 달러를 안겨줬지만 페트릭에게는 45만 달러. 두 배 이상의 차이였다. 하지만 레나도는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다. 지난달 24일에야 첫 선을 보인 레나도는 같은 달 31일 롯데전서 5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맛봤다. 반면 페트릭은 11경기서 1승5패 평균자책점 4.84로 '저비용 고효율'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 '국내 선발G 승률 1위-외인 선발G 승률 꼴찌' 롯데의 아이러니
현 시점에서 롯데는 외국인 투수 농사에 가장 실패한 팀이다. 지난해 31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던 브룩스 레일리와 재계약했지만 기대이하다. 레일리는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3승5패,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 중이다. 파트너 닉 애디튼도 마뜩찮다. 파커 마켈의 대체 선수로 시즌 개막과 동시에 합류한 애디튼은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해 2승6패 평균자책점 6.55를 기록 중이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들이 등판한 20경기에서 6승14패를 기록 중이다. 승률은 정확히 3할. 리그 꼴찌다.
아이러니한 건 예년과 달리 올해 롯데의 토종 선발진이 버텨주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롯데는 토종 선발진이 등판한 34경기에서 20승14패를 기록 중이다. 승률을 따지자면 5할8푼8리. 넥센과 두산의 토종 선발진이 각각 21승씩을 거뒀지만 이는 등판 경기수가 많기 때문이다. 승률로 따지면 롯데보다 아래다. 롯데 다음으로 토종 선발진 승률이 높은 팀은 KIA인데 5할5푼9리로 롯데에 비해 3푼 가까이 낮다.
올 시즌 롯데는 만개한 박세웅을 필두로 송승준, 박진형, 김원중 등을 선발투수로 내세우고 있다. 송승준을 제외한다면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 선수들이 어느 정도 버텨주면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를 띄는 것이 롯데가 꿈꾸는 이상적인 밑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박진형과 김원중이 연이어 부진하며 '박세웅-패패패패'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국내 선수들이 성장할 토양을 만들어주는 건 베테랑과 외국인 선수들이다. 송승준을 제외하면 베테랑 선발 자원이 없는 롯데다. 수혈이 힘들다면 기댈 건 외국인 선수인데 이들이 마뜩찮은 현실이다. /ing@osen.co.kr
[사진] (위)헥터-맨쉽. (가운데)니퍼트-켈리. (아래)레일리-애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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