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포수 트레이드 열풍, KBO 트렌드 바뀌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02 05: 34

2017년 시즌은 트레이드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 회자되는 시즌이 될 전망이다. 5월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6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라이언 피어밴드의 웨이버 공시 후 이적을 제외하면, 지난해 성사된 총 트레이드 건수가 6건이었다.
SK와 KIA와의 4대4 대형 트레이드부터 시작, 1대1 트레이드까지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포수들이 상당수 끼어 있다는 것이다. 6건의 트레이드 중 3건은 포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3건 모두 사실상 포수가 트레이드의 핵심이자 헤드라인이었다.
SK와 KIA의 4대4 트레이드는 김민식이 KIA로 가고, 이홍구 이성우라는 포수가 SK로 이적했다. 한화와 두산의 트레이드는 최재훈의 한화행이 핵심적인 포인트였다. 가장 근래 성사된 NC와 kt의 트레이드 또한 NC로 간 포수 김종민이 주목받았다. 이 트레이드는 포수가 끼어 있지 않았다면 결코 성사될 수 없는 트레이드들이었다. KIA, 한화, NC가 포수를 원해 판이 깔렸기 때문이다.

▲ 포수 트레이드, 구단들 시선 바뀌었다
사실 예전에는 각 구단들이 시즌 중 포수 트레이드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포수 자원의 희귀성 때문이다. 요즘 KBO 리그에는 좋은 포수들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값어치가 크다. 트레이드 매물로 나올 자원 정도라면 주전은 아니어도 팀의 제1 백업들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자원들은 부상 위험도가 큰 포수 포지션을 고려했을 때 되도록 안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군에 다녀온 포수는 죽어도 안고 죽어야 한다”는 인식도 강했다. 또한 타 포지션에 비해 포수 숫자는 적다보니 포수와 야수 혹은 투수와의 트레이드가 쉽지 않은 점도 있었다. 이 포수를 보내면 또 다른 1군 즉시 전력감 포수를 충원해야 하는데, 금방 그럴 수 있는 팀이 몇 없었다는 것이다. 포수↔포수의 트레이드는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성사가 어려웠다. 한 배터리 코치는 “포수는 남의 떡의 부러움보다는 내 떡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좋은 포수 자원을 구하기도 어렵고, 좋은 포수를 키우기도 어렵다는 현실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투수와 야수를 만들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현역 은퇴 후 SK 육성 총괄을 지내며 아마추어 야구를 두루 살핀 박경완 현 SK 배터리코치는 “고교 졸업생들의 경우 기본기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에 타격코치나 투수코치는 있어도 배터리 코치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프로에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때문에 포수 전력 양극화도 화제였다. 비교적 좋은 포수진을 가지고 있는 팀들은 후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고민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트레이드에 나선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떠한 팀 내 역학관계에 있어 움직인 경우는 있었지만, 구단이 먼저 나서 포수를 매물로 전력 보강을 하려는 움직임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포수가 부족한 구단들은 어떻게든 ‘1군 경험’이 있는 포수를 확보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2010년 이후 윤요섭 최경철 현재윤 조인성 용덕한 등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혹은 포수로서의 활용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트레이드는 비교적 젊은 포수들이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사뭇 차이점이 있다.
▲ 포수 자원 교환, 성적표에도 변수될까
이에 대해 한 구단 단장은 “트레이드라는 것이 우리 것만 보면 절대 성사될 수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팀 내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차원도 있다. 최근 KBO 리그 흐름이 조금씩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감독 출신 등 선수 출신 단장들이 많아지면서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포수 트레이드는 리그 전체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KIA는 군에 다녀왔고 수비력이 견실한 김민식을 얻어 팀의 주전 포수로 활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권에 도전하는 KIA가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민식의 수비력은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SK도 장타력이 출중해 팀 상황에 맞는 이홍구를 쏠쏠하게 잘 쓰고 있다. 이재원 김민식을 제외하면 1군 경험이 있는 포수가 하나도 없었던 팀 사정에서 이성우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진다.
현재는 부상 중이지만 한화도 최재훈을 영입해 한시름을 덜었다. 두산에서는 양의지를 비롯한 좋은 포수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최재훈이다. 하지만 포수 자원이 서서히 노쇠화의 길을 걷을 시점인 한화에서는 천금과 같은 선수다. 신진 포수 세력 성장이 더딘 NC도 김태군의 뒤를 받칠 김종민을 영입해 부담을 덜었다. 김태군의 군 입대를 생각하면 단순히 올해만 바라본 트레이드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트레이드가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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