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정현 오버페이’ WS로 알아본 FA들의 가치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5.24 08: 57

과연 이정현(30)은 프로농구 역대최고액에 어울리는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KBL은 23일 이정현이 역대최고 보수 9억 2천만 원(연봉 8억 2800만 원+인센티브 9200만 원)에 KCC와 계약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FA 최대어라는 상징성이 있는데다 여러 팀이 영입경쟁을 펼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랐다. 그러나 이정현이 프로농구 최고 슈팅가드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정현은 얼마나 많이 받게 된 것일까. 이정현의 객관적인 몸값은 얼마일까. OSEN이 스포츠기록전문가 남재우 씨에게 의뢰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 윈쉐어(Win Shares)의 개념과 연봉산출
먼저 2차 기록(Advanced Statics)의 하나인 윈쉐어(이하 WS)에 대한 개념이해가 필요하다. 윈쉐어는 세이버 매트릭스(Saver Metrics)의 대가 빌 제임스가 2002년 창안한 2차 기록이다. 팀이 거둔 총 승리에 개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복잡한 공식에 대입해 뽑아낸 기록이다. 그 선수가 팀에 합류했을 때 과연 +몇 승의 가치가 있는지 알기 위한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선수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을 예로 들어보자. 삼성은 34승 20패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2016-17시즌 WS는 14.4로 리그 1위였다. 라틀리프 혼자 삼성의 14.4승을 책임졌다는 의미다. 만약 삼성에 라틀리프가 없었다면? 삼성의 기대승수는 19.6승으로 떨어진다. 그럴 경우 삼성은 전체 8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다. 라틀리프의 힘으로 삼성이 챔프전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적정연봉산출에도 WS개념이 적용된다. 리그가 1승을 하기위해 FA선수들에게 얼마를 투자했는지 평균값을 계산해 WS에 곱한다면 FA선수들의 적정연봉을 산출할 수 있다. 최대한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최근 3시즌의 평균값을 적용했다. 그 결과 KBL은 지난 3시즌 동안 1승에 평균 1.44억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라틀리프의 지난 시즌 괴물 같은 활약은 과연 얼마의 값어치가 있었을까. 그의 지난 정규시즌 WS 14.4에 1승의 가치 1.44를 곱하면 20억 7360만원이 나온다. 물론 KBL 샐러리캡이 23억 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배제한 수치다. 만약 라틀리프가 국내선수로 FA에 나왔다면 그 정도 돈은 줘야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올 시즌 국내 FA들의 가치를 매겨볼 수 있다.
▲ 오세근은 과소평가...이정현·김동욱은 오버페이
지난 3시즌 활약을 기반으로 계산한 오세근의 적정연봉은 6억 9648만원이다. KGC가 보수 7억 5000만원에 그를 잡았으니 아주 싼 값에 잘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오세근은 지난 시즌 역대급 활약을 펼치며 WS 8.1을 찍었다. 전체 5위, 국내선수 1위의 기록이다. 오세근이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다. 지난 시즌 활약만 놓고 본다면 오세근의 적정연봉은 무려 11억 6640만원에 이른다. 실제로 오세근이 시장에 나왔다면 가뿐히 10억 원을 돌파했으리라는 관측이다. FA계약만 놓고 본다면 오세근은 저평가돼 분명 아쉬운 사인을 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최대어 이정현의 지난 3시즌 평균가치는 3억 1922만 원이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도 4억 7520만원이다. 이정현은 9억 2000만원에 KCC와 계약했다. 수치상으로 4억 4480만원 오버페이다. 이정현이 다음 시즌 연봉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려면 웬만한 외국선수를 압살하는 수준의 초특급 활약을 펼쳐야 한다.
김동욱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의 3시즌 평균 활약은 2억 6118만원 어치였다. 지난 시즌은 이정현과 같은 4억 7520만원의 평가를 받았다. 그가 삼성으로 이적하며 6억 3천만원을 받게 됐으니 적어도 1억 5480만원 오버페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KBL FA 대부분이 능력에 비해 오버페이로 후한 대우를 받았다. 아무래도 순수 기록만으로 뽑은 산출연봉에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빌딩을 위해 연봉삭감에 동의한 김주성과 문태영은 자신의 가치보다 낮은 연봉을 받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록 은퇴를 선언했으나, 주희정 역시 마지막 시즌까지 충분히 자신의 몸값에 어울리는 맹활약을 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희정 역시 대폭 연봉삭감에 동의했으나 삼성은 리빌딩을 선택했다. 
▲ WS의 맹점들...완벽한 기록은 없다
물론 WS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개념은 아니다. 꼭 이 수치대로 연봉을 줘야하는 것도 아니다. 맹점이 있다. WS는 팀의 승리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강팀에 속한 선수는 출전시간이 적더라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반면 안드레 에밋 등 하위팀의 에이스는 아무리 잘해도 평가가 박하다.
FA선수들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몸값이 폭등할 수 있다. 한정된 샐러리캡 문제도 있다. WS는 이런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기록에만 근거해 산출한다. 
다만 NBA에서도 WS는 해당선수의 대략적인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추세다. 이미 NBA의 많은 구단과 에이전트들이 연봉협상을 할 때 WS를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KBL 선수들의 WS도 좋은 참고자료로서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FA선수들이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는지 살펴본다면 다음 시즌 프로농구가 더 재밌을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기록] 남재우 제공 njwora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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