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된 처방 단통법, '스팟' 보조금 앞에 무용지물... 존재 이유 있나?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5.22 06: 05

시장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당초 목적을 전혀 지키지 못하는 정책. 좋은 목적과 취지를 가지고 실행했지만 잘못된 처방에 불과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통신사업 관련 법률이다. 2014년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다른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4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합 조정해 나온 휴대폰 단말기 유통에 관한 법률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같은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률이다.
당시 휴대폰 시장에서 제한된 정보를 소수에게만 공개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스팟'이라는 변칙적인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단통법은 이러한 한국 휴대폰 시장의 상황을 시장 실패라 규정하고 성행하는 편법 유통을 제한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단통법은 좋은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단통법은 시행과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작한 법률이면서 시장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통신사의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단통법 실행 이후 31개월인 2017년 5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휴대폰 시장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단통법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싼 가격으로 구입하지는 못하게 만들고, 대신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비싼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로도 여전히 통신사들은 필요할 때마다 ‘스팟성 보조금 정책’ 영업 방식으로 소비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단통법 이후로도 휴대폰 대란은 있었지만 극소수의 사용자만이 싼 가격에 구입하고 나머지 소비자가 그 부담을 뒤집어쓰는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지난 5월 3일 '부처님 오신 날'에도 각 통신사들이 대규모 보조금(페이백)을 지원했다. 통신사들은 일부러 탄핵 및 대선 정국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모니터링을 멈추는 공휴일을 노려 번호 이동을 조건으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최대 6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이용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이후 통신사들은 17일 오후에도 온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대규모 보조금이 제공하며 이용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통신사의 '스팟' 영업이 단통법 이전과 달라진 점은 더욱 은밀하고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뿐이다. 통신사들은 하루도 아닌 한 시간 단위로 지원금 정책을 바꾸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시망을 벗어나고 있다. 통신사의 대규모 보조금 제공이 주로 공휴일이나 주말, 저녁 시간대에 몰리는 것도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목적이다. 심지어 지난 18일과 19일에는 저녁을 넘어 새벽 시간대에 '스팟' 영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보조금 지원이 한 시간 단위로 바뀌니 우리도 갈피를 못잡겠다. 손님이 우리보다 빠르게 정책을 알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이어지는 '보조금 대란'은 단통법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음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mcadoo@osen.co.kr
[사진] 5월 보조금 대란의 주역 갤럭시S8. 아래는 최근 통신사 심야 '스팟'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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