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팀 6개' 한국, 톱 디비전 꿈... 기적을 일궜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4.29 04: 56

고등학교팀이 6개밖에 되지 않는 한국이 아이스하키 톱 디비전에 승격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최종전 우크라이나와 경기서 승부샷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승 1연장승 1패 승점 11점으로 카자흐스탄과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를 차지, 2018 IIHF 월드챔피언십 승격이라는 새 역사를 달성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뒤 가장 바빠진 곳은 아이스하키계였다. 국내의 인식과는 다르게 아이스하키는 동계 올림픽서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아이스하키의 흥행이 실패하면 그 동계 올림픽은 실패했다고 판단될 정도다.
3부리그 혹은 4부리그를 오가던 변방이던 한국은 그나마 최근 10년 동안 2~3부리그를 머물렀다.따라서 순위를 높이지 못한다면 개최국임에도 불구, 동계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2012년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엄포를 놨다. 18위까지 순위를 올린다면 출전권을 주고 그렇지 않다면 나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스하키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내던 정몽원 회장은 2013년 협회장에 오른 뒤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안양 한라 및 아시아리그서 활약하던 미국 및 캐나다 출신 선수들을 귀화 시켰다. 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 그 결과 2014년 IIHF는 한국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허용했다. 4년만에 세계랭킹을 10계단이나 끌어 올린 한국의 노력을 인정했다.
정몽원 회장은 협회 뿐만 아니라 아시아리그에서 뛰는 안양 한라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국내 선수들의 수준까지 높아졌다. 뛰어난 귀화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미 아시아리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은 단순히 귀화 선수들의 활약이 아니라 국내선수들의 능력이 더 크게 발산되며 세계 무대에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서 한국은 아쉽게 톱 디비전 승격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5경기서 11골을 넣었는데 귀화 선수들이 6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는 이날 경기 포함 4경기서 13골을 터트렸는데 11골이 국내 선수들의 골이었다. 귀화 선수들이 터트린 골은 공격진이 아닌 수비수 알렉스 플랜트의 골이었다. 물론 공격진에 마이클 스위프트 같은 선수들이 맹렬히 움직이면서 힘을 보태기도 했다.
유럽무대 최고의 골리였던 맷 달튼 그리고 북미 하부리그에서 뛰던 선수들과 몸을 부딪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은 일취월장 했고 안양 한라는 아시아리그를 접수했다.
그러나 세계 톱 디비전 승격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내 실업팀이 군 팀인 상무 포함 4개, 대학팀도 5개, 고등학교팀은 6개 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 저변은 북미 혹은 유럽팀들과 비교할 수 없다. 수 만명의 아이스하키 인구가 있는 곳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 옆 나라인 일본도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정몽원 회장이 뒷바라지를 하면 국내 선수들은 경기로 증명했다. 백지선 감독과 박용수 코치 등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했던 지도자들의 합류도 큰 보탬이 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기적을 일궈냈다. 고등학교가 6개밖에 되지 않는 나라가 유럽의 강호들을 연달아 완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하키포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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