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날 기회'…한국 첫 독립리그 출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24 16: 14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 이것이 독립야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서 열린 '2017 스트라이크존 한국독립야구리그' 개막식서 재생된 영상 문구다.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천 미라클이 참가하는 독립야구리그가 공식 출범했다. 수 년째 이야기로만 오갔던 독립리그의 첫 걸음이다. 2011년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탄생 이후 꼬박 6년이 걸렸다. 사단법인 한국스포츠인재육성회가 주최 및 주관을 맡았고 뉴딘콘텐츠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아직은 리그라고 부르기에는 소박하다. 참가팀은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천 미라클, 단 두 팀뿐이다. 하지만 최익성 저니맨 외인구단 감독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최 감독은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익성 감독은 "사실 고양 원더스 이후 꾸준히 독립리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간 쟁쟁한 야구계 선배들이 나섰음에도 현실화에 실패했다. 자연히 '최익성 혼자서 뭘 하겠나'라는 시선도 겪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독립리그의 삽을 뗀 이유는 하나였다. 독립야구의 존폐가 위험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결국 리그가 있어야 팀이 산다. 연천 미라클도 숱하게 해체 위기를 겪었다"라며 "그래도 연천 미라클이 버텨준 덕분에 리그 구성이 가능했다. 자생력 있는 구단을 꾸릴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MBC청룡에서 투수로 활약한 뒤 SBS스포츠 등에서 해설을 맡았던 이광권 저니맨 외인구단 단장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이 단장은 "리그는 필수다. 우리 포함 다섯 팀 정도만 갖춰지면 독립야구 연맹 창립도 가능해진다. 그게 하나의 '움직임'이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독립구단은 오갈 데 없는 선수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이광권 단장은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성장이 멈추거나 부상 등의 이유로 방출되는 선수가 해마다 몇 명인가. 그럼 그들은 모두 직업을 잃는 꼴이다. 그런 선수들이 독립리그로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막식에도 지방 A구단 스카우트 팀장이 찾아 선수들을 지켜봤다. 그는 "혹시나 우리가 놓친 선수들이 있을까 해서 경기장을 찾았다"라며 "독립야구단은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의 희망 아닌가. 모쪼록 리그가 활성화되길 응원한다"라고 격려했다.
물론 현실은 열악하다. 올 시즌은 단 20경기가 예정되어있다. 저니맨 외인구단의 홈인 목동야구장과 연천 미라클의 홈인 연천 베이스볼파크에서 각 10차례씩 만난다. 나머지 기간은 프로 팀 육성군(3군)과 대학, 고교야구 등 아마추어 팀과 연습경기로 채운다. 최익성 감독은 리그 운영을 위해 경기당 100만원에 달하는 목동야구장 대관료를 자비로 충당했다.
열악한 사정은 지자체 등과 연계로 풀겠다는 각오다. 이광권 단장은 "경기도 모 시와 이야기 중이다. 지자체로서는 큰 무리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예상했다.
최익성 감독과 이광권 단장이 꿈꾸는 그림은 역시 선수들의 프로 진출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 두세 명 정도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KBO리그에는 고양 원더스 출신 신성현(두산), 황목치승(LG), 김지성(KIA, 개명 전 김영관) 등이 누비고 있다. 또한 김원석(한화) 역시 연천 미라클 출신이다.
미국에는 독립리그 개수만 9개다. 미네소타에 위치한 미네소타 세인트 폴이라는 팀은 50경기 누적 홈관중 4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네 개의 독립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이학주 역시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에서 뛰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기에는 이제 겨우 첫 삽을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도 의미 있다. 선수들이 다시 일어날 기회를 주는 것. 독립리그가 내건 슬로건이다. 하지만 독립리그 출범은 선수 개인을 떠나 야구의 밑바탕을 다지는 작업일 것이다. /ing@osen.co.kr
[사진] 목동=최익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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