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이정후, 김웅빈 유니폼 입고 뛴 사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21 06: 00

이정후(19, 넥센)가 ‘신인’다운 귀여운 실수를 했다. 
넥센은 20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3차전에서 김하성의 역전 투런포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넥센(6승 11패)은 6연패를 끊었다. 
1회초 톱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가 뭔가 이상했다. 원래 배번 41번을 달고 뛰는 그의 등에 10번이 새겨져 있었다. 김웅빈이라는 이름까지. 알고 보니 이정후는 유니폼을 고척돔에 두고 왔단다. 

급한 마음에 구단 직원은 경기장을 찾은 팬 중 혹시 이정후 마킹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유니폼을 잠시 빌리려 했던 것. 하지만 신인이라 그런지 없었다. 고척돔에 연락해 유니폼을 퀵배송으로 보내도록 했다. 하지만 유니폼은 경기시작 전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2017 KBO규약 제 138조 유니폼에 대한 1번 조항에 ‘경기 중에 착용하는 유니폼에는 사전에 등록한 등번호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이정후가 다른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허용이 되지 않는다. 다만 양 팀이 사전에 합의를 하면 다른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타 프로종목에서도 유니폼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프로배구에서 강민웅(32, 한국전력)은 경기 중 혼자 민소매 유니폼을 입었다가 부정선수로 간주돼 퇴장을 당했다. 프로농구 이대성(27, 모비스)은 유니폼 안에 긴소매를 입었다가 교체 시 제지를 당했다. 이대성은 언더웨어를 벗은 뒤 출전이 허락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정후는 김웅빈의 10번을 달고 경기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유니폼이 불편했을까. 톱타자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2회말 수비하려고 외야로 나서는 이정후는 본래 41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역시 자신의 유니폼이 편했던 모양. 이정후는 박정권의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전력질주 끝에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5회초 선두타자 이정후는 윤희상의 초구를 받아쳐 첫 안타를 때렸다. 넥센이 대거 3득점을 뽑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안타였다. 
이종범 해설위원은 “자기 유니폼을 입으니까 공을 중심에 맞춘다. 1회 때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도 신인 때 헬멧을 놔두고 온 적이 있다. 당시 (해태)분위기를 알지 않느냐. 정말 가시방석이었다”면서 아들의 귀여운 실수를 웃어넘겼다. 
이날 이정후는 5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넥센이 재역전승을 거두며 이정후는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주장 서건창은 “정후가 (유니폼)해프닝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오늘 이긴 것 같다”고 웃으며 막내를 살뜰하게 챙겼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문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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