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바라보는 이종범 위원의 숨겨둔 부정(父情)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19 05: 50

자신이 걸었던 길을 묵묵히 따라오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이정후(19, 넥센)를 바라보는 이종범(47) 해설위원의 눈빛이 의미심장하다. 
넥센은 18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1차전에서 4-7로 무릎을 꿇었다. 넥센의 신인 이정후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정후가 1군에 올라와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뒤 무안타 경기는 처음이었다. 
경기 전 덕아웃에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방문했다. 이종범은 최정 등 후배들 앞에서 직접 방망이까지 잡아가며 시범을 보였다. 후배들도 대선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바빴다. 이종범 위원은 장정석 넥센 감독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장 감독은 “이종범 위원이 오늘 학부형이 아닌 해설위원으로 왔다. 야구이야기만 했지 아들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정후가 입단한 뒤 오히려 더 연락을 안 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종범 위원은 덕아웃에서 이정후와 만났다. 공적인 자리서 해설위원과 선수로 만난 탓인지 데면데면했다. 그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일부러 시선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워낙 취재진이 많아 아들에게 말을 걸기도 조심스러웠다. 이종범 위원은 이정후의 어깨를 툭 치고 갔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이정후는 2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명단에 포함됐다. 1회초 고종욱이 땅볼로 물러선 뒤 이정후가 타석에 섰다. 이정후는 켈리를 6구까지 물고 늘어지며 볼넷을 얻어냈다. 1회초 넥센의 주자 중 유일하게 이정후가 1루를 밟았다. 후속타자 서건창과 윤석민이 아웃되며 이정후의 기회는 없었다. 
이날따라 방망이가 맞지 않았다. 이정후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땅볼로 물러났다. 6회초도 마찬가지. 이정후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8회초 무사 3루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이정후는 결국 켈리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며 땅볼로 아웃됐다. 좌타자인 이정후에게 켈리의 결정구 커터는 쳐내기 어려운 공이었다. 서건창은 8회 켈리의 커터를 깔끔하게 받아쳐 이정후에게 모범을 보였다.  
경기내내 이종범 위원은 이정후가 타석에 서도 특별한 멘트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이 끝난 뒤 이 위원은 “켈리가 왼손타자에게 커터를 잘 던진다. 이정후가 보는 것만 해도 공부가 됐을 것이다. 커터는 생각도 못했던 공일 것”이라며 숨겨뒀던 부정(父情)을 꺼내보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문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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