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김민구 솜방망이 징계’ 자가당착 빠진 KBL 

[서정환의 사자후] ‘김민구 솜방망이 징계’...
[OSEN=서정환 기자] 이래서 전례가 중요하다. 김민구(26, KCC)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농구계가 얻은 학습효과는...


[OSEN=서정환 기자] 이래서 전례가 중요하다. 김민구(26, KCC)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농구계가 얻은 학습효과는 ‘제로’였다.

김지완(27, 전자랜드)은 지난 9일 오전 8시경 강남구 논현동에서 음주운전으로 상가 건물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김지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6%으로 면허취소에 해당됐다. 결국 김지완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지완은 경찰의 추가 수사결과에 따른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전자랜드측은 경찰의 말을 인용해 “면허취소에 벌금 300~40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고 전날 김지완은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을 뛰었다. 전자랜드가 73-90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시즌을 마친 김지완은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뒤풀이를 했다. 김지완은 6강 시리즈에서 평균 12점, 6.2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렇다고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 법을 어기면 전 대통령도 구속 수사를 받는 곳이 법치국가 대한민국이다. 음주운전은 살인미수다. 아무리 가벼운 사고라도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대를 잡을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과거 KBL에서 음주운전자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중징계를 당한 사례가 없었던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 ‘음주운전’ 김민구의 솜방망이 처벌

김민구는 지난 2014년 6월 7일 새벽 국가대표 농구팀 외박기간 중 음주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김민구의 혈중알콜농도는 0.060%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사고여파로 김민구는 고관절, 발목 등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선수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 부상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김민구에 대한 징계논의보다는 ‘동정론’이 훨씬 우세했다. 국가대표 소집기간에 사고를 냈기에 KBL이 징계를 내리기도 애매하다는 말도 있었다. 결국 징계 이야기는 유야무야 넘어갔다.

KBL은 사고 후 1년이 더 지난 2015년 9월 8일에야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김민구에 대한 처벌수위를 논의했다. 이미 김민구가 프로아마 최강전을 뛰며 코트에 복귀했던 상황이다. KBL은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출전금지 징계나 벌금은 전혀 없었다. 사회봉사 역시 다음 시즌 개막전까지만 이행하면 된다고 허락했다.


KBL은 봉사활동을 이수하지 않은 김민구를 개막전 1군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결국 김민구는 SK와 개막전을 뛰며 8점을 넣었다.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의 봉사활동에 대해 “시즌을 치르면서 차차 나중에 해야 될 것”이라고 대답해 논란을 키웠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자 김민구는 경기출전을 중단하고 봉사활동을 다 이수한 뒤 다시 코트에 섰다.

김민구는 사고 후 SNS에 셀카를 올리는 등 이렇다 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고 후 14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2라운드에서 경희대전에 출전했다.

경기 후 김민구는 공식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했다. 그는 “나도 빨리 해명하고 싶고, 죄송하다고 빨리 하고 싶은데 그 말씀드리기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고 뛸 수 있을 때 입장해명을 하면서 사과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사과드리고 싶다.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그것만 꿈꿔왔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서려니까 감회가 새롭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사고 후 복귀한 김민구는 프로리그에는 출전하지만, 국가대표급 기량은 잃었다. 대한농구협회가 그에게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를 내렸지만, 징계에 실효성은 전혀 없다.

▲ ‘음주운전’ 빅리거 커리어 위기가 온 강정호

음주운전을 범한 타 종목 선수들의 경우 농구계보다 훨씬 강한 징계와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 체육계에서 ‘농구가 인기가 없다보니 선수들이 음주운전의 심각성마저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징계 없이 복귀한 김민구의 사례는 여기에 힘을 실어준다.

메이저리거 강정호(30, 피츠버그)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사고(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후미조치)를 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강정호는 이번이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가중처벌을 받았다. 또 사고 당시 옆자리에 있던 유모 씨가 운전을 했다고 허위진술까지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은 1월 3일 오전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정호는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취업비자발급도 신청한 상태였다. 결국 위증으로 비자발급이 취소됐다. 국내서 발이 묶인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재진입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피츠버그 구단도 유감을 표하고 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선수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다.


물론 김지완과 강정호의 사례는 범죄의 경중이 다르다. 다만 강정호의 사례에서 보듯 음주운전은 선수생명을 한 번에 앗아갈 수 있는 중범죄로 인식돼야 한다. 제아무리 메이저리거라도 죄를 범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강정호의 재판장에는 매번 수 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엄청난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

▲ 김지완의 음주운전, 엄정한 징계 내려야

KBL은 김지완 음주운전 사건 발생 후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경찰조사 결과가 확인되면 그것을 가지고 재정위원회를 연다. 재정위를 언제 열지는 아직 모르겠다. 경찰에서도 조만간 김지완을 불러서 다시 조사한다고 한다.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벌금에 따라 (징계가)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KBL은 지난 3월 23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고 전날 고양에서 개최된 오리온과 전주 KCC의 6라운드 경기를 심의했다. KBL은 추일승 감독에게 KBL 규약 제17조 ‘최강의 선수를 기용해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한다’를 어겼다는 이유로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KBL이 감독고유 권한인 선수기용에 대해 지나친 간섭을 했다는 시각이 있다. 다만 KBL이 발 빠른 대처로 ‘승부조작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 노력한 것은 인정할 만했다.
그런데 KBL은 김지완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아직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미 김민구에게 경징계를 내렸던 KBL은 자가당착에 빠졌다. 김지완을 엄벌하자니 ‘똑같은 죄를 두고 선수에 따라 차별적인 징계를 내린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김지완에게 김민구와 똑같은 봉사활동만 주자니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이성훈 총장은 “KBL 역사를 보면 음주운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위중한 징계는 없었다. 전례가 참고 되지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이 큰 범죄다. 학습효과도 있다. 김민구는 선수생활을 거의 못하는 걸로 판단해서 징계시기를 놓쳤다. 재정위원들이 타종목 사례와 사회적 분위기를 참고해 판단할 것”이라 밝혔다. 적어도 김민구보다는 강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KBL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어떤 징계가 내려져도 다 받아들인다. 구단 자체징계로 이중징계를 하기도 그렇다. KBL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징계는 (입대를 앞둔 김지완의) 군대 제대 후 차차기 시즌부터 적용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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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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