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 오승환의 사인 수당, 선수협의 수당 요구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4.04 13: 00

 # 지난 2월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스프링캠프였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훈련 도중 잠시 쉬고 있는데, 캠프를 둘러보던 존 모젤리악 단장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는 오승환에게 "이번 주말에 팬 사인회가 있는데 참석할래?"라고 물었다.
오승환이 "토요일에 한국 W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출국한다"라고 말하자, 모젤리악 단장은 "사인회 참가할 뜻이 있다면, 날짜는 출국 이전으로 잡아주겠다. 사인회 참석 수당도 있다"라고 설명하며 재차 권유했다. 오승환으로선 날짜를 출국 전으로 잡아준다면 "OK"라고 말했다.
모젤리악 단장은 오승환에게 "2000달러(약 220만 원)의 사인 수당을 받을 거다"고 알려줬다(사인회 수당은 스타 선수들은 더 많이 받는다. 모젤리악 단장의 손에 들린 사인회 리스트에서 오승환의 수당은 중간 정도 액수였다).

# 4월 3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이호준 회장은 최근 불거진 메리트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메리트 논란은 최근 '선수협 이사회에서 구단이 보너스 수당을 주지 않으면 팬 사인회 등 구단 행사 참석을 거부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며 시작됐다. 
이후 선수협이 반박 보도자료를 냈고, 이호준 회장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메리트 부활 요구와 팬 사인회 보이콧은 사실이 아니다. 팬을 볼모로 구단과 협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 기자회견에서 "스프랭캠프 격려금이 줄었다", "명절 선물이 없어졌다", "메리트가 없어지니 허전하다", "정(情)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등의 발언으로 오히려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선수협의 입장에선 메이저리그처럼 사인회 수당을 주장하고 싶겠지만, (한 매체에 따르면, 선수협 측은 '해외 사례를 보면 사인회든 구단 행사든 참가한 선수들에게 작은 사례비나 기념품이라도 주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KBO리그에선 구단이 시키면 선수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는 오히려 미국이 더 심하다.
오승환은 캠프에서 사인회에 참석하면 수당을 받지만, 한 달 보름 넘게 진행되는 캠프 기간 동안 숙소는 자신의 비용으로 마련해야 한다. 오승환은 "구단에선 밀 머니(식비)만 준다. 숙소는 각자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들은 보통 2~3명씩 함께 방을 구해 쓴다"고 말했다.
반면 KBO리그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들어가는 숙박비, 교통비, 식사비 모든 것을 구단에서 부담한다. 휴식일에는 선수들의 편의를 고려해 메이저리그처럼 밀 머니(식비)를 주는 구단도 있다. 지난해보다 금액이 줄었다고는 하지만(캠프 일정도 줄었다) 자상하게 캠프 격려금도 여전히 지급하고 있다.
선수협은 "정이 없어졌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KBO리그는 구단과 선수 사이에 정이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일부 구단은 사인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수당을 주고 있다.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메리트 논란이 일어난 후 여론은 선수협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먼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구단 주장은 메리트를 요구했고, 나머지 구단 주장들은 수당을 주지 않으면 구단 행사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설령 거짓말이 아니라 선수협의 주장대로 '선수들의 입장만을 성급하게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주장했다' 하더라도 문제다.
선수협은 팬들의 정서, 사회 분위기와는 여전히 동떨어진 채 자신들의 이익과 요구만을 주장하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다보니 표현력, 말주변이 없었다고 변명하기에는 선수협의 집행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논란을 통해 결국 선수협이 요구한 것은 선수 복지에 대한 요구로서 구단이 주최하는 행사(주로 팬 사인회)에 수당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만일 구단이 (수당 지급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구단 주최 행사 대신 선수협 차원에서 팬사인회를 마련한다는 주장이다. (선수협 차원에서 기업, 단체의 스폰서를 받아 사인회를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돈 문제다. 
이번 논란이 있기 전에도 선수협에 대한 일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최근 승부조작, 불법도박, 음주운전 등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도덕성과 공인의 자세에 비난을 받았다. 선수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를 만들어 준 팬들의 사인 요구에 불친절한 반응을 보이는 등 팬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혜택만 누리고 의무, 팬서비스에는 인색하다. 
선수협이 다수의 선수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FA, 고액 연봉자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에이전트 제도 시행이 선수협이 요구해 이뤄낸 가시적인 성과다.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는 고액 연봉 선수들은 자비로 해외 훈련을 할 수 있겠지만, 저연봉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에이전트 제도도 FA 등 일부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2군에서 뛰는 저연봉 선수들의 처우, 환경 개선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올해 등록선수 614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1명은 연봉 5000만 원 이하다.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2700만 원, 올해 최저연봉 선수는 전체 20%(122명)다.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2005년 2000만 원, 2010년 2400만 원, 2014년 2700만 원으로 인상됐다.
KBO와 구단들은 올해부터 7월과 8월 혹서기 때 2군 선수들의 건강 보호와 체력 안배를 위해 전 경기를 오후 4시에 편성했다. 무더위가 절정인 7월 24일~8월 13일 3주간은 평일 오후 6시 30분, 주말 오후 6시 야간경기로 개최한다. 그동안 비용 문제로 미뤄왔던 야간경기가 올해부터 시행돼 구단들의 운영 비용은 또 늘어난다. 
해가 갈수록 야구팬들이 왜 선수협에게 등을 돌리는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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